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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 캐릭터를 어떻게 창조할까…'트라우마 사전'

송고시간2020-05-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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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아시아를 휩쓴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 영화 '쇼생크 탈출'의 누명 쓴 탈옥수 앤디 듀프레인,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문학이나 대중예술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푹 빠진 채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울고 웃었을 캐릭터들이다.

이들 작품의 플롯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누구나 꿈꿔볼 판타지를 담아낸 주인공의 모습에 독자나 관객은 강한 몰입감을 느낀다.

이처럼 작가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는 작품의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캐릭터의 매력은 이들이 가진 능력과 초인적 의지 등에서도 발산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내면에 있는 상처를 긍정과 성공의 에너지로 바꿔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현실감을 느끼고 공감한다.

어린 시절엔 언제나 긍정적이고 못하는 게 없는 캐릭터에 끌리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상처와 난관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감동과 매력을 느낀다.

이유는 우리 모두 남에게 다 드러낼 수 없는 내면의 상처, 즉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트라우마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주인공이 이를 이겨내고 뜻한 바를 성취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희망을 되살리고 새삼 잊었던 꿈을 다시 떠올린다.

따라서 주요 등장인물의 트라우마를 얼마나 잘 설정하고 표현해내는가는 창작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트라우마 없는 주인공은 평면적인 마네킹과 같다.

입체적 캐릭터를 어떻게 창조할까…'트라우마 사전' - 1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가 쓴 '트라우마 사전'(월북 펴냄)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책은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플롯이나 스토리텔링에 관한 작법 서적은 많지만 이렇게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집중한 책은 유일한 듯하다.

두 저자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쓰기 코치이면서, 작가들의 창작 및 스토리텔링 능력 향상을 위한 웹사이트 '작가들을 돕는 작가들'과 '작가의 원스톱 도서관'을 공동 운영한다.

이들에 따르면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는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 없이는 창조될 수 없다. 개연성 있는 트라우마가 있어야 실존 인물처럼 복잡한 심리 층위를 가진 인물이 탄생한다.

"상처는 캐릭터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세계관을 바꾸고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캐릭터가 바라던 목표를 이루기 힘들게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캐릭터의 배경에 파고들어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책은 캐릭터의 트라우마가 어떤 성격을 갖고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캐릭터가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를 118종류로 나눠 개념화했다. 배신, 실패와 실수, 가난, 범죄 피해, 어린 시절 상처, 사고, 장애 등 거의 모든 심리적 상처를 유형별로 다뤄 작가들이 참고할 수 있게 했다.

또 캐릭터가 겪는 트라우마를 말로 직접 구구절절 설명하지 말고 행동이나 표정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효과적인 기법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을 진심으로 응원하도록 하고 싶다면, '트라우마'에 집중하라. 저자들이 전하는 일관된 실전 메시지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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