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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마스크 쓴 채 체육수업 가능할까?…대학 골프강의 들어보니

송고시간2020-05-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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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윤경 인턴기자 = 초중고 등교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가 교내에서 상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자 신체 활동량이 많은 체육 수업 시간에 호흡 곤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중국 허난(河南)성에서 중학생이 체육 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달리다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초중고에 앞서 이달 초 등교 개강을 시작한 대학에서는 체육 강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시 노원구 한 사립대학에서 '일일 학생'이 돼 골프 강의를 들어봤다.

이날은 이 대학이 실험·실습·실기 과목 중 필요한 과목에 한해 대면 수업을 허용한 첫날이었다.

지난 11일 서울 소재 대학 야외 골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체육 수업에 임하는 모습
지난 11일 서울 소재 대학 야외 골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체육 수업에 임하는 모습

[촬영 해당 수업 조교, 재판매 및 DB 금지]

골프 이론과 실습 등을 배우는 '레저스포츠' 과목 수강 인원은 20명이었지만 10명 이내로만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다는 학교 측 지침에 따라 반이 2개로 나뉘었다. 이 때문에 오후 3시부터 3시간인 수업 시간이 정오부터 6시간으로 두 배 길어졌다.

실습 장소인 야외 골프장에서는 박모 교수가 학생간 일정 간격을 둔 채 발열 검사를 하기 위한 동선을 짜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박 교수는 수업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강생 명부 기록, 발열 체크, 개인 장갑 배부 등 대면 수업을 위한 절차를 직접 수행했다.

그는 학생 간 간격을 벌리기 위해 두뼘 정도 되는 의자를 5칸씩 띄워 앉도록 했다.

박 교수는 "지금 나눠드린 장갑과 각자 착용하고 온 마스크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절대 빼면 안 된다"며 방역 수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강의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양팔 간격으로 벌려 박 교수 지시에 따라 준비운동을 했다.

골프채를 들고 어깨, 허리 운동과 제자리 뛰기까지 하니 5분이 채 되지 않아 마스크와 장갑에 땀이 찼다.

그러나 답답하다고 벗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학생들은 대화 대신 사전 온라인 강의에서 합의한 손동작으로 교수와 의사소통을 했다.

교수가 골프채를 쥐는 시범을 보인 뒤 이해했는지를 묻자 학생들은 오른손으로 OK' 표시를 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수강생 전원이 'OK' 표시를 하자 교수는 다음 진도를 나갔다.

이번에는 퍼팅 자세를 배웠다.

학생들은 골프채를 쥐는 손 위치를 헷갈리는 등 낯선 동작에 허둥지둥했지만 박 교수로부터 자세 교정 대신 "검지를 뻗어 약지에 갖다 대 보세요"라는 조언밖에 들을 수 없었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준비운동이 끝난 뒤 땀이 찬 라텍스 장갑(왼)과 골프장에 비치된 소독 용품
준비운동이 끝난 뒤 땀이 찬 라텍스 장갑(왼)과 골프장에 비치된 소독 용품

[촬영 정윤경, 재판매 및 DB 금지]

스윙 연습이 시작됐을 때는 햇볕이 더 강하게 내리 쬐며 체감온도가 22도까지 올랐다.

20번가량 스윙을 하자 마스크가 땀과 화장품으로 얼룩졌다. 오래 착용한 마스크 줄 때문에 귀가 빨개졌다.

그러나 수업이 끝날 때까지 마스크나 장갑을 벗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쉬는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잡담을 삼간 채 멀찍이 떨어져 앉아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물을 마실 때도 일정 거리를 두며 움직였다.

수강 인원 제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까지 한 탓에 북적거려야 할 쉬는 시간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힘들었다. 정오부터 3시간 동안 기자와 대화를 나눈 학생은 한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학과가 어디예요', '2학년이면 몇 학번이죠' 등 짧은 대화가 전부였다.

대학에서 마련한 자체 검진소(왼)와 골프장에 비치된 소독제
대학에서 마련한 자체 검진소(왼)와 골프장에 비치된 소독제

[촬영 정윤경, 재판매 및 DB 금지]

학생들은 '거리두기'를 준수한 실습수업에 대체로 만족을 표시했다.

4학년 김모(24)씨는 "온라인 (골프) 강의는 이론 수업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직접 골프채도 잡아보고 퍼팅 연습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학교와 개인이 지금처럼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다른 수업도 실습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오늘 준비운동만 했는데도 마스크에 땀이 차 불편했다"며 "종강이 미뤄진 만큼 지금보다 더울 때 실습을 나와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6~7월에는 마스크를 쓴 채 수업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강의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4학년 박모(23)씨는 "이태원 클럽 등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수업에 들어오기 전 불안한 마음이 컸다"며 강의 이후에도 우려가 말끔히 가시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실습수업 장소 등을 고려해 학생 간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전체 수강 인원을 구상했다"며 "이에 부담을 느낀 학생 5명가량은 자진해 수강을 중도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선 대학은 담당 교수 재량에 따라 실습 인원을 조정할 수 있고, 학생이 수업을 중도 포기할 수 있어 대면 강의가 가능했다"며 "그러나 학급당 인원이 30명에 가깝고 학생이 시간표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초중고에서 교육부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중고에서 체육 수업을 진행하려면) 실습 전 사전 교육을 통해 어떤 종목과 동작을 배울 것인지,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같은 반이라도 시간대를 나눠 신체 접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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