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나눔동행] "지식 나누며 오히려 더 배워요"…6년째 무료 법률상담

송고시간2020-05-17 09:0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입학사정관으로 진로지도 병행하는 노성 씨

"어렵고 딱딱한 법의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길 바라"

인터뷰 중인 노성 씨
인터뷰 중인 노성 씨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무료'라는 글자가 선명한데도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책장이 법률 서적으로 가득한 변호사나 법무사, 세무사사무실 등이다.

간판에 '무료법률상담'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있는데도 혹시나 비싼 금액을 지불하게 될까 봐 혹은 법률 용어가 어려워 상담을 받아도 이해를 하지 못할까 걱정돼 사람들은 사무실 문을 쉽게 열지 못하곤 한다.

노성(43)씨의 법률상담 재능기부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법학과를 졸업해 법학박사 학위가 있는 노 씨는 자신에게는 친숙하지만, 비전공자에게는 한없이 딱딱하고 복잡한 법의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싶었다.

"자동차 과태료가 부과됐는데, 억울해서 이의제기하고 싶어도 절차를 몰라서 못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생활법률 지식이 필요한 분들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노 씨는 사단법인 생활법률문화연구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무료로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가 서툰 다문화 가정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연구소를 찾는다.

지인의 권유로 2014년 연구소를 연 후 지금까지 법률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지자체 등을 통해 생활법률문화연구소를 알게 된 사람들이 연락해오면 주말에 연구소에서 만나 법률상담을 해주는 식이다.

그는 현재 전북대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는 만큼 직업을 살려 틈틈이 학생들의 진로 상담도 겸하고 있다.

강연이나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교사나 상담센터 직원 등의 요청으로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이나 입학 상담을 한다.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매년 바뀌는 교육 정책이나 입학 전형은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더욱더 그렇다.

"자유 학년제 시행이나 문·이과통합, 학생부종합전형 반영비율 변경 등 교육 정책이 변화될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해요."

노씨는 학생들을 만나 대학에는 어떤 학과가 있고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지를 소개해준다.

원하는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목을 듣고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길잡이가 돼주기도 한다.

인터뷰 중인 노성 씨
인터뷰 중인 노성 씨

[촬영 나보배]

노 씨는 학교 폭력 예방이나 청소년 상담, 인성지도사 등 관련 자격증도 22개나 취득했다.

학생들에게 조금 더 전문적으로 상담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6년째 주말마다 상담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지만 봉사 활동이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상담을 통해 매번 새로운 이들을 만나면 되레 지식을 얻게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상담하기 위해 관련 법률이나 입학 정책을 공부하다 보면 오히려 제가 배울 때가 많아요. 그렇게 자극을 받아 연구 논문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지식을 나눌수록 더 많이 얻기 때문에 그의 재능 기부는 앞으로도 이어질 계획이다.

"알고 있는 걸 나누기만 하면 되잖아요. 크게 가진 것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속 도움을 주고 싶어요."

war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