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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손, 공공개발]① 손만 대면 망가져…부산 난개발 역사

송고시간2020-05-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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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단 계획한 해운대 센텀시티, 주거·상업 지역 둔갑

해변 관광지 조성하려던 마린시티·엘시티는 주거지 전락

국제시설 없는 명지국제신도시 등 손대는 사업마다 방향타 실종

해운대 센텀시티 모습
해운대 센텀시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를 비전으로 공공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이 최근 난개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 조성이란 비전에 걸맞은 시설이 입주해야 할 상업·업무 지구에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는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허가만 최근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공공주도로 이뤄지는 개발임에도 사업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부산에서 이뤄진 공공 개발은 한결같이 난개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북항 재개발 주거시설 논란을 계기로 지역 공공 개발의 난개발 역사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4편의 기사를 '마이너스 손(손대는 물건마다 망가지거나 벌이는 일마다 손해를 보는 경우) 공공개발'이란 타이틀로 20일부터 23일까지 매일 1편씩 송고합니다.]

현재 센텀시티가 들어선 옛 수영 비행장 모습
현재 센텀시티가 들어선 옛 수영 비행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지역 공공 개발은 실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수영비행장 땅 117만8천㎡를 재개발한 지금의 해운대 센텀시티는 대표적인 난개발 내지 엇나간 개발 사례로 꼽힌다.

당초 개발 목적은 지식정보통신, 방송·영상, 국제 비즈니스, 문화 등을 갖춘 미래형 첨단산업단지 조성이었지만 지금은 이름뿐인 산업단지가 됐다.

주거용 고층 건물 36개 동이 솟아올라 8천여명이 거주하는 주거 단지가 됐고, 대기업 유통 공룡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부산시가 2006년 사업추진단계에서 용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자 다급하게 4차례가량 용도를 변경하며 산업시설 용지를 줄이고, 민간 사업자 수익성이 보장되는 주거·상업 시설을 늘린 결과다.

시는 당시 2천억원대 지방채 발행을 포함해 4천억원 상당 빚을 내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고, 하루 이자만 6천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어서 도시 계획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임기응변식으로 바꿔버린 계획에 따라 현재 센텀시티는 지식산업센터 17곳과 아파트형 공장 14개만 겨우 갖춰진 첨단산업단지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한 규모가 됐다.

마린시티 지구단위계획
마린시티 지구단위계획

[토지이용 규제 서비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친수관광단지인 해운대 해수욕장의 배후 상업지 및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논리로 1983년 수영만 공유수면을 매립한 지금의 '마린시티'는 초고층 호화 주거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부지가 본격적으로 매각되던 시기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어려움을 겪던 때로 2004년 당초 2천400여세대 주거지만 들어 올 수 있었던 도시계획을 변경하며 상업시설이 쪼그라들고 6천800여세대 규모 주상복합시설만 난립하는 꼴이 됐다.

호텔과 콘도를 만든다며 부지를 통으로 사들였던 대우가 결국 부지를 쪼개서 재매각한 것도 시민들이 향유할 친수 공간 하나 없이 주상복합 밀집 지역으로 변질해 버린 이유 중 하나다.

2007년 마린시티 모습
2007년 마린시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발과정에서 각종 비리로 얼룩졌던 해운대 해수욕장 앞 101층짜리 '엘시티'도 당초 사업목적은 관광 온천·리조트 사업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에서 벗어나 결국 부자들을 위한 아파트로 전락했다.

2006년 사업이 시작된 이후 14년만인 올해 초 건물이 모두 완공됐지만, 애초 조성 목적인 '관광'과 관련된 시설 조성은 지지부진하고, 사업자 수익을 위한 부분인 아파트와 생활형 숙박시설만 만들어져 벌써 80%가량의 입주가 이뤄졌다.

워터파크와 테마파크, 메디컬 파크 등은 올해 안에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시티 입점 등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엘시티도 2009년 중심지 미관지구를 일반지구로 바꾸고 높이 제한을 푸는 과정에서 난개발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지역 유력 인사와 공무원의 비리가 적발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해안가를 점령한 주상복합 건물들, 마린시티 모습
해안가를 점령한 주상복합 건물들, 마린시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3년부터 시작돼 2023년까지 강서구에 만들어지고 있는 명지국제신도시도 이름에서 '국제'를 떼야 할 상황이다.

당초 사업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의 하나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경영·주거환경 조성, 국제 비즈니스 전진기지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거대한 콘크리트 성처럼 아파트 단지만 우후죽순 지어지고 있을 뿐 국제시설 유치는 감감무소식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외국인투자 전용용지에 영국 로열러셀스쿨과 유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연구단지에 일본 데상트 신발 관련 연구기관이 들어오기로 한 것 외에는 큰 성과가 없다.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학 부산캠퍼스나 연구개발 센터는 무산됐고, 외국인 임대주택 건립도 무산됐다.

명지국제신도시 모습
명지국제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부산권에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만들어 부산을 관광 거점으로 만든다는 '오시리아 관광단지'도 2022년 조성을 앞두고 있지만, 당초 계획과 비교해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모두 미치지 못하는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 운영업체와 3차례 업무협약이 체결되는 등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지난해 국내 업체가 테마파크 사업자로 나서 공사에 들어갔고 놀이 시설 규모 등도 계획보다 축소됐다.

김종구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인 에버랜드가 하는 역할의 반만큼이라도 할 수 있을지, 일개 놀이공원으로 전락해버릴지나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오시리아 관광단지에는 우회도로도 없어 현재 기장 주민들은 교통지옥에서 사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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