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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법,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위법성 논란' 조속히 결론 내길

송고시간2020-05-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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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20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공개변론에서 원고인 전교조와 피고인 고용노동부 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전임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0월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는 이유로 합법적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하고 전임자 업무복귀 등 제재에 들어갔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부인함으로써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결정을 한 셈이다. 이에 불복한 전교조가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대법 판결만 남겨둔 상태다. 이날 변론에서 전교조 쪽은 법률에 따라 설립돼 정상적으로 활동 중인 노동조합의 권리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립 신고가 법률에 근거해 이뤄졌는데 법외노조 통보는 시행령에 의해 이뤄진 게 부당하다는 논리다. 반면 정부 쪽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의 단서 조항을 토대로 한 합법적 집행명령이었다고 반박했다.

공개변론 후 통상 몇 달 이내에 판결이 나온 전례에 비춰보면 연내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건 2016년 2월이다. 법외노조 통보를 두고 전교조의 강력한 반발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논란도 끊이지 않는데도 상고심 선고가 4년이 넘도록 미뤄지면서 갈등을 키웠다. 법외노조 통보는 처분 당시부터 큰 논란을 빚은 사안이었다. 처분 근거가 된 시행령 조항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노동자의 단결권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설령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더라도 법이 정의한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많았다. 법외노조 처분이 정부 재량권 남용이라거나 법 조문에만 매달려 형식적으로 해석했다는 시각 또한 있었다.

전교조는 6월 항쟁 직후인 1987년 9월 결성된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를 모태로 1989년 출범한 뒤 10년 만에 합법노조가 됐다.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힘입은 바 컸다. 참교육을 모토로 내건 전교조는 권위주의적이고 부패가 적지 않았던 일선 교육현장의 민주화와 혁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정부가 만든 전교조 교사 식별법에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라는 내용이 있다는 얘기가 회자할 정도였다. 조합원 6만명 중 해직교사가 9명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국내 유일의 교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할 뿐 아니라 공익상 필요성을 무시한 행정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고용부 쪽은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지위를 조속히 회복하라는 단순한 요청에 불과한 만큼 해직교사 문제만 해결되면 그 통보는 곧바로 효력은 잃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은 1·2심 이후에 드러난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인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당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관련 가처분 소송을 두고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고용부의 재항고 이유서가 청와대를 거쳐 소송 주체인 고용부에 전달된 뒤 대법원에 접수된 것으로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드러났다. 대법원이 재판 당사자의 소송서류를 대신 작성해주고 '셀프 재판'을 했다는 지적을 받게 된 이유다. 이후 대법원은 양 전 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를 두 달 앞두고 재항고를 받아들여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외노조 통보가 난 지 7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가인권위원회와 ILO, 국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법원은 그 기간에 새롭게 등장한 변수 등을 두루 살피고 심리를 서둘러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해묵은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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