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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미국의 '반중국 경제블록' 동참 압력…최악 대비한 전략 짜둬야

송고시간2020-05-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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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책임론에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예측 불허로 치닫는 가운데 우방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의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오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는 물론 외교와 안보 여건상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 어려운 우리나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탈(脫)중국을 겨냥한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와 관련해 이미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EPN의 핵심 가치는 자유 진영 내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공급망을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가치를 존중하는 기관들은 파트너가 되고 번영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기관들은 파트너로서 신뢰하기 어렵고 안정성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들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화웨이 등 중국 첨단산업 봉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등 우방과 글로벌 기업들로 확실하게 줄을 세워 중국을 배제한 산업·안보 동맹을 결성하겠다는 의지다. 전선은 경제를 넘어 전방위적이다. 미국은 홍콩과 대만, 남중국해 문제까지 걸고넘어지고 있고, 급기야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까지 몰아붙였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난으로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공세는 벼랑 끝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이는 마치 북핵을 둘러싸고 북미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를 연상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를 통해 국내적으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글로벌 산업과 통상 재편에서 중국을 고사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민생 경제는 궤멸적 타격을 받고 있다. 인명 피해도 크지만 최근 9주간 실업자가 3천860만명이나 발생했다. 대공황 때도 없었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은폐와 불투명으로 사태를 키운 중국이나, 팬데믹 비상벨을 너무 늦게 울린 세계보건기구(WHO)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EPN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의 경제난이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방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급조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이 EPN을 내세우면서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이 투명성, 진실성, 책임성, 법치, 노동권 존중 등 보편가치에서 신뢰를 의심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역시 과연 이런 가치에 충실한지 자문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산업과 기술 안보가 중요해졌지만, 국제 공급·소비 사슬이 여전하고 자유로운 통상의 편익을 포기할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돌출한 반(反)중국 경제블록 결성은 퇴행적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의 공급·소비시장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경제권이 모두 호흡기를 꽂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고, 양국이 편 가르기에 나서면서 두 나라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지가 어려워졌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아니라 양국 모두 우리의 경제와 안보에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런 '낭만 시대'는 이제 멀어졌다. 상황이 악화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면 '묵언 수행'이 더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도저히 답이 없는데 답을 만들어야 하는 최악의 국면에 대비한 주도면밀한 전략과 입장 정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당시 미·중의 대립 피해는 오롯이 우리가 떠안았다. 양국의 갈등이 막다른 골목으로 향할 경우 그 충격은 경제를 넘어 안보와 외교, 남북관계 등 국가의 존립 기반 전체에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우선은 외교력을 총동원해 양국과의 기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 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다져야 한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양국의 대립은 강도를 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단은 그때까지의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되 그 이후의 시나리오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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