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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정부가 '실효성 상실' 거론한 5·24조치 현황은?

송고시간2020-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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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방북 불허 유명무실…'유보'한 대북지원도 민간통해 명맥

北선박 제주해협통과 불허·교역중단은 유효…단, 안보리제재와 중첩 존재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2010년 북한 소행으로 결론난 천안함 사건에 따라 대북 제재 차원에서 취해진 이른바 '5·24 조치'가 10주년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의 지난 20일 정례 브리핑 발언이 계기를 제공했다.

여 대변인은 5·24 조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질문받고서 "정부는 지난 시기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쳤다"며 "그래서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이어 "이에 따라 정부는 5·24 조치가 남북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더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5·24 조치는 우리 군인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 하에 당시 이명박 정부가 취한 대북 독자 제재 패키지다.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발표됐으며,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2011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이 '안보상 행정조치'이자 '일반 행정작용과 동일하지 않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판단한 적이 있다.

내용으로는 ▲제주해협을 포함한 남측 해역에 대한 북한 선박의 운항 및 입항 금지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일반교역과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반입 금지)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및 북한주민과의 접촉 제한을 담고 있다.

또 ▲대북 신규투자 불허 및 진행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유보도 포함됐다.

그렇다면 이 같은 조치들이 통일부 대변인의 말대로 실효성을 상실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금강산 지역 찾은 방북단
2018년 금강산 지역 찾은 방북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11월19일 금강산관광 시작 2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방북단이 구룡연 코스를 참관하며 북측 해설원의 해설을 듣고 있다. 2018.11.19 [현대그룹 제공]

◇국민 방북 불허 및 북한주민과의 접촉 제한: 유명무실해졌다.

'개성공단 관련을 제외한 방북자 수'는 5·24조치 원년인 2010년 7천122명을 기록한데 이어 2011년 1천612명, 2012년 241명을 기록하는 등 급감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명맥'은 유지했다.

이후 이 수치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과 사실상의 마지막해인 2016년 각각 0명이었지만 2014년 3천88명, 2015년 3천573명을 기록했고,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52명,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 이뤄진 2018년 6천689명, 작년 9천835명을 기록했다.

◇대북지원 유보: 실효성이 떨어졌다 .

애초 5·24 조치때 정부는 대북지원 유보를 발표하면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상황은 상호 연계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대원칙을 의식한 것이었고, 실제론 민·관을 통한 대북 지원을 당분간 전면 차단하려 했다는게 정설이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와 북핵 상황의 변화 속에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 지원은 조금씩 이뤄졌다.

통일부가 펴낸 2020 통일백서의 '대북 인도적 지원 현황'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대북 직접지원은 2011∼2019년 사이에 2018년 12억원을 제외하고는 없었지만 이 기간 남북협력기금으로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를 통해 제공한 이른바 '정부 차원의 간접지원'은 2017∼2018년을 제외하곤 작은 액수로나마 계속 이뤄졌다.

결국 5·24 조치 중 '대북지원 유보'도 이후 두 정권을 거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 셈이다.

5.24 조치 전인 2005년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 선박
5.24 조치 전인 2005년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 선박

2005년 8월16일 오전 북한 화물선 대동강호가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운항 및 입항 금지: 이행되고 있다.

통일부 홈페이지의 남북 선박 왕래 현황(편도기준) 통계에 따르면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건수는 천안함 사건 전(前)해인 2009년 245건, 2010년 88건을 기록했으나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한 건도 없었다.

남북간 선박 왕래의 경우 통일부 홈피에 따르면 5·24 조치 이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적게는 0건, 많게는 228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이는 대부분 제3국 선박이 단순 경유 차원에서 운항한 것이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예외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2018년 2월 동해 해상경계선을 넘어 남측 해역으로 건너온 적이 있었지만 '일회성'이었다.

다만 2018년 9월 채택된 남북군사합의서에 '쌍방은 북측 선박들의 해주직항로 이용과 제주해협 통과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여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는 대목이 담기면서 대북 해운제재 완화를 논의할 수 있는 한가닥 단서는 마련된 상태다.

적막감 도는 개성공단 일대
적막감 도는 개성공단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4월26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일대. 2020.4.26

◇남북교역 및 대북 신규투자 중단: 대체로 이행되고 있다.

2010년 당시 5·24조치가 예외적으로 개성공단은 유지토록 함에 따라 통일부 남북교역 현황 자료상으로 남북교역액(반출·반입 합계)은 2010년 19억1천200만 달러, 2011년 17억1천400만 달러, 2012년 19억7천100만 달러, 2013년 11억3천600만 달러, 2014년 23억4천300만 달러, 2015년 27억1천400만 달러 등 5년 정도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6일 이뤄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그 다음달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남북교역은 2016년 3억3천300만 달러, 2017년 100만 달러, 2018년 3천100만 달러, 2019년 700만 달러 등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잡힌 액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남북간 교역은 개성공단이 닫힌 2016년 2월 이후 극히 미미했다.

대북 신규투자 역시 통일부 차원의 별도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지난 10년간 사실상 전무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밝혔다.

단, 남북교역과 대북 투자의 경우 2016∼17년 북한의 연쇄 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인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가해지면서 5·24조치와 유엔 제재라는 이중의 잠금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상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5·24 조치 중 남북교역 및 대북 신규투자 중단은 대체로 여전히 이뤄지고 있지만 5·24 조치보다 구속력이 더 강하고, 예외적용 절차가 엄격한 안보리 대북 제재와 상당부분 중첩된 상태다.

다만 "안보리 결의와 상당부분 중첩되기 때문에 5·24조치 중 남북교역 중단과 대북 신규투자 중단은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논리적으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실험과 연계된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해제될 수 있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계된 5·24 조치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 남북관계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24 조치가 상당부분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자신의 브리핑 발언에 대해 "5·24 조치 중에 아직도 유효한 것들이 있고, 유효하지 않은 것도 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또 자신의 브리핑 발언이 "남북협력을 하는데 5·24 선언(조치)을 장애물로 삼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5·24 조치 폐기 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hch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2020.05.20 송고]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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