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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다리 줄로 묶고 사진 촬영"…포항 쇠제비갈매기의 눈물

송고시간2020-05-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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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진 동호인 몰지각한 행태 눈살…산악오토바이 질주에 둥지 파손

새끼에게 먹이 주는 쇠제비갈매기
새끼에게 먹이 주는 쇠제비갈매기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26일 경북 포항 한 바닷가에서 쇠제비갈매기가 새끼에 먹이를 주고 있다. 2020.5.27 sds123@yna.co.kr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을 찾는 멸종위기등급 관심대상인 쇠제비갈매기 개체수가 산악오토바이 이용자와 일부 몰지각한 사진 동호인 때문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지난 26일 오후 포항 한 바닷가 모래밭에는 새끼 쇠제비갈매기 2마리가 알에서 깨어나 있었다.

쇠제비갈매기 암수 한 쌍은 연신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주거나 품으며 보호했다.

모래밭 인근 4개의 둥지에 갈매기알이 놓여 있었다.

이 일대 모래밭에 쇠제비갈매기 5쌍이 알을 낳은 셈이다.

지난해 이맘때 이곳에는 쇠제비갈매기 수십마리가 찾았고 20개에 가까운 둥지에 알을 낳았다.

불과 1년 사이에 크게 줄어든 것이다.

포항 바닷가를 찾은 쇠제비갈매기 개체수가 급감한 것은 일부 몰지각한 사진 동호인과 산악오토바이 사용자가 영향을 끼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에도 산악오토바이 사용자들이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주변을 오토바이로 마구 돌아다니는 바람에 둥지와 알을 파손한 일이 많았다.

일부 사진 동호인은 사진 찍으려는 욕심에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모래를 높이 쌓거나 밖으로 나간 새끼를 손으로 집어서 둥지 안에 넣는 경우가 있다.

산악오토바이에 밟힌 쇠제비갈매기 서식처
산악오토바이에 밟힌 쇠제비갈매기 서식처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26일 오후 경북 포항 한 바닷가 모래밭에 산악오토바이 바퀴 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다. 이곳은 멸종위기등급 관심대상인 쇠제비갈매기 서식처이나 산악오토바이 이용자와 일부 몰지각한 사진 동호인 때문에 개체수가 줄었다. 2020.5.27 sds123@yna.co.kr

또 둥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긴장한 쇠제비갈매기가 제대로 새끼를 돌볼 수 없게 하는 사례가 있다.

둥지가 작고 알이 모래색과 비슷해 실수로 알을 깨는 일도 있다.

지난해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자 일부 생태사진 전문가는 쇠제비갈매기가 포항을 찾지 않으리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도 일부 사진 동호인은 지난해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최근에는 새끼가 멀리 가지 않도록 줄로 다리를 묶어 사진 찍은 일도 있었다.

한 사진 동호인은 "2명이 새끼 다리를 줄로 묶어놓고 사진을 찍길래 심하게 뭐라고 하고서 쫓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포항시는 지난해 서식지 주변 2곳에 사륜바이크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팻말을 세웠지만, 올해는 세우지 않았다.

쇠제비갈매기는 전국 바닷가 자갈밭이나 강가 모래밭에서 서식하는 여름새다.

4월 하순에서 7월 사이에 알을 낳는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번식하고 필리핀, 호주,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바닷가가 좋은 쇠제비갈매기
바닷가가 좋은 쇠제비갈매기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26일 경북 포항 한 바닷가에서 쇠제비갈매기가 모래밭에 앉아 쉬고 있다. 2020.5.27 sds123@yna.co.kr

국내에선 부산 낙동강 하구 모래섬, 금강 주변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였다.

그러나 환경 변화로 점차 서식지가 변했다.

전북 군산 새만금사업지구에 5천여마리가 서식해 비교적 많이 살다. 포항, 영덕 등 경북 동해안에도 쇠제비갈매기가 서식한다.

내륙인 안동 낙동강 모래섬에도 수십 마리가 번식하고 있다.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보호해주세요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보호해주세요

지난해 6월 경북 포항 한 바닷가 모래밭에 포항시가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보호를 위해 사륜바이크 이용 자제를 당부하는 팻말을 세웠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사진 동호인은 "사진을 찍더라도 자연을 그대로 두고 찍으면 괜찮은데 일부 몰지각한 사진 동호인들이 자연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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