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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1년…"사고 원인 근본적 성찰 필요"

송고시간2020-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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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감시체계 마련·수질정보 실시간 공개…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부실행정에 혈세 수백억원 투입해 배운 교훈 잊지 말아야"

'붉은 수돗물' 피해 주민 사과하는 박남춘 시장
'붉은 수돗물' 피해 주민 사과하는 박남춘 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지난해 5월 30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암·백석·당하동 지역의 각 가정집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곧 복구될 거 같던 붉은 수돗물은 다음날까지 계속됐다.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음식·설거지·빨래 등을 제대로 못 하게 된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나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주민들이 직접 수도꼭지에 필터를 설치해 필터가 붉게 변하거나 이물질이 나온 것을 보여줘도 "온수를 섞어서 써서 그런 것"이라거나 "수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는 말만 반복하자 주민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인천 서구 지역 학교들은 급식 중단과 정수기 사용 금지 조처를 했고 지역 병원에서는 생수를 사다 나르기도 했다.

민원이 빗발치자 5일 뒤인 6월 4일에야 인천시는 뒤늦게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전문가·학부모·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사태 해결에 나섰으나 붉은 수돗물 사태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확산했다.

서구 지역뿐만 아니라 중구 영종도나 강화도 지역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붉은 수돗물 피해지역서 소화전 수돗물 검사
붉은 수돗물 피해지역서 소화전 수돗물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사태 발생 18일만인 지난해 6월 17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직접 공식으로 사과했다. 또 기존에 하던 수돗물 방류 조치 외에 정수장·배수장 정화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피해를 봤던 주민들은 인천시의 늑장 대응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했다며 입을 모아 인천시 행정의 무능력을 질타했다.

정부 조사 결과 매뉴얼을 무시한 무리한 공정과 인천시의 안일한 초동 대처가 붉은 수돗물 사태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되자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물을 수계 전환 방식으로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의 사전 대비와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당시 "(인천시) 담당 공무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문제의식 없이 '수계 전환'을 했다"며 "그에 따라 발생할 여러 문제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무리했다. 거의 100% 인재"라고 지적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규탄 집회
'붉은 수돗물' 사태…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규탄 집회

[인천서구 수돗물피해 주민대책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시는 사태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했다.

지역 주민들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 등을 직무유기, 수도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직무유기 등 혐의로 피소됐다.

이후 이뤄진 경찰 수사에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이 수계전환 과정에서 공촌정수장의 탁도를 측정하는 탁도계를 임의로 끈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부실한 상수도 행정의 대가는 혹독했다. 인천시는 2개월 이상 이어진 사태로 공촌정수장의 관할 급수구역에 포함되는 26만1천세대, 63만5천명이 적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 규모
붉은 수돗물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 규모

[인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실 행정으로 투입된 혈세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인천시가 사태로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지급할 보상금으로 확정한 금액만 67억원에 이른다.

인천시가 피해 가구를 대상으로 상하수도요금을 면제해준 금액도 270억원에 달한다.

사태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인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금액도 수십억원 규모다.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수질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수질 정보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또 유사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 관망 관리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후관 조기 교체·정비와 수질 유지를 위한 관 세척, 배수지 건설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시 등이 비싼 비용을 치르고 배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단기간 인프라 확대보다는 수도 사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명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인천시의 대책을 보면 상수도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다가 2∼3년 단기간에 급히 확충하는 모습"이라며 "지역 간 요금 격차, 수질 문제, 전문 인력 부족 등 수도사업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 등 수돗물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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