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주택에는 비통함 가득" 춘천 소방관 사망사고 현장
송고시간2020-05-28 13:52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박영서 기자 = 28일 오전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주택.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을 2㎞가량 들어가면 소양강이 마당 앞으로 펼쳐진 주황색 조립식 주택이 보인다.
홍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8명은 27일 친목 도모를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다음날 오전 2명은 다시 눈을 뜨지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주택 인근 간이 황토방에서 홍천소방서 소속 소방위 A(41)씨와 소방장 B(44)씨가 숨진 것을 동료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이 보일러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을 찾았을 때 경찰과 소방,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 분주하게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구급차 2대와 과학수사대 차량 1대는 좁은 산길을 헤치며 부리나케 시내 방향으로 달렸다.
구급차는 A씨와 B씨를 강원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는 주택 별채에 마련된 간이 황토방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2평(6.6㎡)가량의 별채는 온돌 바닥으로 벽은 황토와 조립식 패널로 지어졌다.
보일러가 방을 데우는 구조로, 보일러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연통을 살펴봤을 때 'ㄱ'자로 꺾인 부분이 알루미늄 테이프로 감겨 있었고, 곳곳에 녹이 슨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숨진 소방관들은 친목 도모를 위해 동료 직원의 부모님 집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현장을 조사하는 경찰 등 관계자들은 별채 속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비통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 등이 현장을 떠난 뒤 마지막까지 남아 집 자물쇠를 걸고 비밀번호를 돌리는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남긴 채 잠긴 대문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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