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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빈총 든 5월 광주 시민군, 40년 만에 자신 찍힌 사진과 재회

송고시간2020-05-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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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국 씨, 여수 갤러리 노마드서 트럭에 탄 사진 찾아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40년 만에 제 모습을 사진에서 보니 그날의 참상이 떠오르네요."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에 맞서 총을 들었던 손인국(67)씨는 40년 만에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발견했다.

손인국(왼쪽)씨와 5.18 당시 찍힌 사진
손인국(왼쪽)씨와 5.18 당시 찍힌 사진

[갤러리 노마드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전남 여수시에 있는 갤러리 노마드가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저항의 역사' 사진전을 우연히 찾은 손씨는 한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흑백사진 속 손씨는 20대의 청년으로 카빈총을 든 시민군과 함께 트럭에 타고 있었다.

사진이 찍힌 날짜는 5월 21일로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후 시민들이 군용 차량을 탈취해 시내를 돌 때 손씨의 모습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를 만기 제대한 뒤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전남 보성에서 광주를 찾은 손씨는 계엄군이 시민을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모습을 보고 총을 들었다.

20일부터 주로 외곽 경비를 맡았던 손씨는 마지막 날인 27일 도청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손씨는 "당시에는 외국인 기자들이 촬영을 많이 해서 혹시나 사진이 찍혔을까 겁이 났었다"며 "민주화 이후 5·18 행사 때마다 가서 사진을 확인했는데 40년이 지나서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군인이 국민에게 총을 겨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며 "당시 공수부대의 만행을 지켜본 시민들이 울분을 참지 못해 총을 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당시 시가지 호텔 등에서 외곽 경비를 맡았던 손씨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경비를 서던 손씨 옆에 있던 중학생 한 명이 공수부대의 저격에 사살된 것이다.

손씨는 "내가 맞아야 할 총알에 아무 말 없이 내 옆에서 쓰러진 중학생 아이의 얼굴이 생생하다"며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비극이 앞으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에 대해선 "시민군을 북한군이라고 우기고, 광주의 참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시를 마련한 김상현 갤러리 노마드 관장은 "80년 5월 당시 광주에서 활동했던 시민군을 직접 뵙게 돼 가슴이 뭉클했다"며 "5·18은 한국 민주주의의 큰 뿌리인 만큼 많은 시민이 역사적 의미를 알고 지켜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6월 16일까지 열리는 사진전은 5·18 광주민중항쟁 관련 사진과 자료 100여점을 선보인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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