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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검찰, 아베 측근 정조준…"정치자금 들추면 정권 아웃"

송고시간2020-05-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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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본부 직원 등 소환조사…정치자금 흐름 조사 가능성

'검사장 정년연장·인사개입이 검찰 자극했다' 분석도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 히로시마(廣島)시에서 가와이 안리(河井案里·왼쪽) 당시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가와이 안리는 아베 정권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가운데 당선됐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 히로시마(廣島)시에서 가와이 안리(河井案里·왼쪽) 당시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가와이 안리는 아베 정권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가운데 당선됐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검찰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근이 연루된 돈 선거 의혹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수사는 선거 운동원 일당 초과 지급 문제에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집권 자민당의 돈줄까지 들여다보는 양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부부 국회의원이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물론이고 아베 정권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자민당 소속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 선거 캠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일본 검찰은 최근 자민당 본부 관계자를 소환 조사했다고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가와이 안리 의원의 캠프가 작년 7월 참의원 선거 때 지방 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등 매수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때 자민당 본부가 제공한 선거 지원금 1억5천만엔(약 17억 2천398만원)이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자민당이 가와이 안리 의원에게 지원한 돈은 당시 선거에서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미조테 겐세이(溝手顯正) 자민당 후보에게 지원한 자금(1천500만엔)의 10배에 달한다.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왼쪽),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부부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왼쪽),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부부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아베 총리는 가와이 안리 의원과 함께 유세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지방의원들은 돈을 준 사람으로 가와이 안리 의원의 남편이며 중의원 의원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상(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일본 언론은 검찰이 가와이 가쓰유기 전 법상을 입건하기로 방침을 굳혔으며 가와이 안리 의원의 입건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슈칸아사히'(週刊朝日)의 보도에 의하면 최근 소환 조사를 받은 이들은 자민당 본부 직원, 전 직원 등 참의원 선거에 관여한 이들 여러 명이다.

제반 상황을 종합하면 검찰은 아베 정권이 총애한 부부 국회의원의 금품 선거 의혹을 수사하다 집권 자민당의 정치자금 흐름까지 살펴보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정치인 비리 수사로 명성을 날렸던 도쿄지검 특수부와 가와이 안리 의원의 지역구를 관할하는 히로시마(廣島)지검이 함께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 주간지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참의원 선거 때 차량 방송을 담당한 운동원이 법정 한도의 2배인 3만엔(약 35만5천원)의 일당을 받았다고 '슈칸분슌'(週刊文春)이 작년 10월 보도했다.

도쿄지검 사무실이 있는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일본정부 중앙합동청사 제6호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지검 사무실이 있는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일본정부 중앙합동청사 제6호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상에 임명된 지 두 달도 안 된 가와이 가쓰유키가 즉시 사임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후 기소된 비서 등이 가와이 부부에게 불리한 진술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최근 10년 가까이 정치인에 대한 수사 의지를 그리 보이지 않았던 일본 검찰이 가와이 부부를 둘러싼 의혹을 깊숙이 파고든 것은 아베 정권이 검찰 인사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검찰청법 개정을 시도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내각은 올해 2월 초 퇴임 예정이던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당시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6개월 연장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했으며 이는 정계 인맥이 풍부한 구로카와를 차기 검사총장(검찰총장)에 임명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정치 권력이 검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아베 정권은 검찰청법 개정까지 추진했다.

개정안에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검사장 등 검찰 고위 간부가 직을 유지한 채 정년을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낳았다.

록히드 사건을 수사했던 원로가 반발하는 등 법조계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워졌고 '검찰청법 개정에 항의한다'는 트윗·리트윗이 1천만건에 육박했다.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구로카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와중에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한 사실이 폭로돼 사임했고 검찰청법 개정 움직임도 일단 중단됐다.

정치권에서는 구로카와의 정년을 연장한 것이 긁어 부스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선거 때) 이렇게 화려하게 돈을 뿌렸다면 가와이 부부는 아웃이다. (중략) 당 본부가 지출한 1억5천만엔의 용처까지 들추면 아베 정권이 아웃이다. 다음 선거도 위태로워진다. 특히 무서운 것은 자민당 본부에 검찰의 강제 수사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슈칸아사히에 말했다.

이 간부는 "이렇게까지 검찰을 화나게 한 원흉은 구로카와 씨의 정년 연장이다. 아베 (정권의) 총리관저가 쓸데없는 짓을 안 했다면 이렇게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머지않아 검찰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나다 노부오(稻田伸夫) 검사총장이 은퇴하기 전에 가와이 부부 사건 수사에서 반드시 성과를 남기겠다고 벼르고 있다며 "가와이 부부를 두 차례 체포해서 조사할 기간이 약 40일이며, 이나다 씨의 퇴임 시기에서 역산하면 6월 10일 전후가 작전 실행일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구로카와가 낙마하면서 아베 정권의 방패막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하야시 마코토(林眞琴) 신임 도쿄고검 검사장이 27일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하야시 마코토(林眞琴) 신임 도쿄고검 검사장이 27일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조계는 구로카와의 후임으로 도쿄고검장에 임명된 하야시 마코토(林眞琴)가 이나다 퇴임 후 차기 검사총장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야시는 애초에 이나다 검사총장이 후계자로 밀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아베 내각이 구로카와의 정년을 연장하는 바람에 검사총장 자리를 놓칠 상황이었으나 '마작 스캔들'로 구로카와가 낙마하면서 회생한 셈이다.

하야시 신임 도쿄고검장은 27일 취임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신뢰'라는 말을 약 20차례나 사용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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