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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으로 되살리는 1980년 광주의 기억

송고시간2020-05-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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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5·18 40주년 서울 특별전 '민주주의의 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서울전시 '민주주의의 봄'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서울전시 '민주주의의 봄'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흰 벽에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의 흑백 증명사진 다섯 장이 연달아 걸렸다.

같은 인물이지만 또렷했던 사진은 갈수록 훼손돼 마지막 사진에서는 눈코입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다.

사진가 노순택이 22년 만에 신원이 확인된 무명열사 묘역에 놓인 영정사진을 2007년부터 10여년간 촬영한 작품 '망각기계'의 일부다.

유리 액자 속 영정사진은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흐려져 갔지만, 전시장에서 만난 빛바랜 사진은 광주의 기억을 절절하게 되살린다.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MaytoDay(메이투데이)'의 서울 전시 '민주주의의 봄'은 이름 없는 망자들을 소환하며 1980년 5월 광주가 남긴 기억을 조명한다.

전시는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 역대 출품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장 3층에 들어서면 오른쪽과 왼쪽 벽에 군인과 시민 사진이 보인다. 전시장을 가로질러 마주 보도록 설치한 권승찬의 '거기3'다.

군인 사진은 2010년 작가가 5·18 당시 민간인 시위 진압을 위해 병력이 배치됐던 광주 군사기지를 찾아 촬영했다. 반대편 민간인 여성이 서 있는 장소는 1980년 범시민 궐기대회가 열린 민주광장이다. 역시 촬영 시점은 2010년이다.

사진 속 군인과 여성은 5·18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들이 전시장 양 끝에서 마주 보는 모습은 여전히 5·18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현실을 암시한다.

전시에는 5·18 시위를 재현하면서 현실과 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상황을 담은 오형근의 '광주이야기', 2014년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유골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가져온 임민욱의 퍼포먼스 기록 영상도 나왔다.

이 밖에 박태규, 쿠어퍼라티바 크라터 인버티, 배영환, 이불, 강연균, 홍성담 등이 전시에 참여했다.

작가들이 바라본 광주와 함께 실제 광주의 역사를 기록한 보도사진과 아카이브도 전시된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 자료도 볼 수 있다.

2004년 베를린비엔날레의 예술감독 등을 지낸 독일 출신 우테 메타 바우어가 전시 기획을 맡았다.

바우어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상 연결을 통해 "외국인으로서 광주뿐 아니라 한국 역사에 매우 중요한 5·18을 주제로 한 전시를 맡게 돼 영광스럽다"라며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무서운 사실도 알게 됐지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바우어는 광주비엔날레와 인연을 맺고 지난 20년간 수차례 광주를 방문했다.

그는 "전시는 광주민주화운동이 한국 민주화에 이룬 성취와 더불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과거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희망까지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아트선재센터 전시는 7월 5일까지 열린다. 종로구 인사동 나무아트에서는 5·18을 다룬 목판화 작품들이 6월 30일까지 전시된다.

'메이투데이' 해외 전시는 지난 1일 대만에서 개막했으며, 오는 7월에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시도 일정을 조율 중이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서울전시 '민주주의의 봄'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서울전시 '민주주의의 봄' 전경 [광주비엔날레 제공]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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