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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떠나고 기술 못 얻을라"…홍콩보안법에 홍콩인 걱정 태산

송고시간2020-05-2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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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지위 잃으면 다국적기업 거점, 싱가포르 등으로 옮길 가능성

中 본토처럼 '美 기술수출 제한' 적용되면 첨단산업 발전도 치명타

"미국 떠나도 중국 자본이 홍콩에 투자할 것" 낙관론도

홍콩보안법 통과로 미중 관계 격랑 (PG)
홍콩보안법 통과로 미중 관계 격랑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홍콩 경제계가 그 후폭풍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서 홍콩에 부여했던 경제·통상 부문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경우 관세, 화폐 태환, 비자 발급, 문화·교육 교류 등에서 홍콩이 누렸던 혜택이 모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제계는 무엇보다 홍콩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 등 서방 기업이 지역 본부를 싱가포르 등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콩은 아시아 지역에서 다국적 기업의 거점 역할을 하는 지역본부가 가장 많은 도시로, 현재 1천541개의 다국적 기업이 홍콩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은 1천300여 개이며, 홍콩에 지역 본부를 둔 미국 기업도 278개에 달한다.

홍콩 경제학자 앤디 척은 "통상정책, 비자 발급 등의 혜택이 사라지면 기업들은 홍콩에 있는 지역본부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홍콩에 진출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홍콩은 글로벌 금융 허브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별 지위 상실로 홍콩이 중국 본토와 다르게 적용받던 대미 수출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홍콩의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중국 본토에 이어 홍콩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다.

홍콩중소기업협회 대니 라우 명예회장은 "홍콩이 특별 지위를 잃으면 홍콩의 수출기업들은 더 높은 관세를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며 "제조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물류, 포장기업 등도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실업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홍콩보안법, 중국 전인대 전체회의 통과
홍콩보안법, 중국 전인대 전체회의 통과

(베이징 AFP=연합뉴스)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후 전광판에 '찬성 2천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표시돼 있다. ymarshal@yna.co.kr

미국이 홍콩을 중국 본토처럼 취급하게 되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에 가하는 기술수출 제한 등이 홍콩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미국이 홍콩에 수출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이 첨단기술 적용이 많은 전자, 통신 분야의 제품이다.

홍콩인터넷협회의 웡워쌍은 홍콩 내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보안 제품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온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홍콩에 대한 기술이전을 제한하게 되면 홍콩의 정보기술(IT) 발전은 매우 힘들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홍콩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을 경영하는 케이스 리는 "미국의 정책이 바뀌어 전략적 기술제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지면 홍콩 IT 기업은 자금 조성과 인재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이리스 팡 ING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이 국가보안법 제정에 있어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미국은 홍콩에 벌을 주려고 한다"며 "애꿎은 홍콩이 희생양이 돼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제정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서방 자본이 일부 홍콩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안정을 되찾은 홍콩에 중국 본토 자본이 몰려들 경우 그 충격을 충분히 상쇄하고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자료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공개(IPO)를 한 중국 기업 중 27%가 홍콩에 상장해 미국에 상장한 기업(7%)보다 훨씬 많았다.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홍콩으로 흘러들어오는 자본의 30%가량은 중국 본토 자본으로, 지난 2018년 중국 본토 자본이 홍콩에 투자한 금액은 381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해 전체 홍콩 유입 자본의 36%를 차지했다.

홍콩과기대 프랜시스 루이 교수는 "막대한 중국 본토 자본이 홍콩에 흘러들어오고, 다시 홍콩에서 중국으로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다국적 기업을 중국 본토와 연계시키는 관문 역할을 하는 홍콩은 장기적인 발전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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