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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스릴러 영화 감독으로

송고시간2020-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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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작가 손원평, '침입자'로 상업영화 연출 데뷔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참으로 지난했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이 8년 전, 공들여 완성한 영화가 개봉일을 잡은 건 지난 3월이었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4월로, 5월로 미뤄졌다.

그리고 마침내, 6월 4일로 개봉일을 확정한 영화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은 "감개무량하고 조마조마하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소감보다 훨씬 덤덤해 보였다.

최근 열린 시사회에서도 긴장됐을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하자 손 감독은 "원래 잘 떨거나 긴장하지 않는 성격"이라며 웃었다.

'침입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개봉하는 상업 영화라는 예상치 못한 타이틀을 갖게 되면서 오랜만에 열린 대규모 시사회였다.

손 감독은 오히려 카메라 플래시에 눈이 부신 상황에서 마스크를 쓴 참석자들이 간격을 두고 앉아 있는 관객석을 무대에서 보면서 오히려 그 장면을 사진을 찍고 싶을만큼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 '침입자' 포스터
영화 '침입자' 포스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손 감독의 이력에는 훨씬 더 묵직한 뚝심이 보인다.

영화 평론가로 데뷔한 것이 2001년이고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해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쓰고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먼저 알린 건 영화가 아닌 창비청소년문학상(2016)을 받은 소설 '아몬드'다.

'아몬드'는 출간 이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청소년 추천도서 등에 꼽혔고 출간 1년 만에 20만부 넘게 팔렸다. 해외에서도 12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지난달에는 일본 서점 직원들이 선정한 번역 소설상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 보는 걸 좋아했고 꿈도 작가였어요. 사춘기를 겪으며 꿈이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막연히 글을 쓰고 싶긴 했고 대학을 졸업할 때쯤 시나리오가 써보고 싶어서 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가했는데 열정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즐겁고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영화를 공부하고 단편을 찍으면서도 매년 신춘문예는 빼놓지 않고 응모했다.

손 감독은 "사람들과 어울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했다. 시간이 날 때는 항상 글을 썼다"며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약점과 힘든 점을 보완해 줬다"고 했다.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창작의 독보적인 두 장르에서 어느 것도 놓지 않고 작업해 왔던 원동력이 궁금했다.

"소설도, 영화도 오래 걸렸어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포기하고도 싶었는데 내가 포기를 하든 안 하든 달라질 게 없으니 계속해 온 거죠. 혼자하고 같이 한다는 차이가 있고 최종 매체가 다르기는 하지만, 서사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설과 영화는 같은 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명세를 먼저 안겨 준 소설 '아몬드'와 나중에 선보이게 된 영화 '침입자'는 같은 시기에 시작됐다. 강렬한 창작의 영감을 안겨 준 것은 출산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이었다.

"아기를 낳고 너무 절박했던 나머지 작업을 많이 했어요. 새로운 가족이 찾아온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그때 떠오른 오만가지 생각들을 온갖 장르로 창작했던 거죠."

소설 '아몬드'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윤재나 영화 '침입자'에서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낯선 사람으로 25년 만에 찾아온 동생 유진(송지효 분)은 가족으로서 기대하지 않았던 존재들이다.

손 감독은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개념이 약간만 비틀리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며 "그게 가족 스릴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가장 친밀한 존재인 가족이 어쩌면 가장 많은 비밀과 어둠을 담고 있을 수도 있고, 가족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도 허상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평소 해보고 싶었던 스릴러라는 장르에 담아냈다.

영화 '침입자' 스틸
영화 '침입자' 스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는 "영화가 엎어질 수도 있고, 만들면서 내 뜻을 관철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과정은 다 지나왔다"며 "경건한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오랜 시간 엄청난 양의 작업을 이어온 그이기에, 차기작이 예정돼 있을 않을까 싶었지만 "아직은 없다"고 했다. 대표적인 청소년 도서로 자리매김한 '아몬드'를 영화로 볼일도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책을 안 보던 아이들이 책을 재밌게 봤다고 할 때가 보람 있어요. 영상으로 만들면 상상의 여지가 없어지잖아요. '아몬드'는 계속 활자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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