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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로 준다더니"…LH, 남양주 역세권 이주자택지 공급가 번복

송고시간2020-05-3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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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등 주민동의 받자 '감정가 공급'으로 변경

주민들 "3억 이상 부담 늘어" 반발…LH "전임자 실수"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 예정지에 사는 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말 바꾸기'에 뿔났다.

사업을 맡은 LH가 주민들에게 "조성 원가 이하로 이주자 택지를 공급하겠다"며 공문 등으로 약속했다가 "감정가 공급이 원칙"이라고 번복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감정가로 공급받으면 조성 원가 이하일 때보다 3억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

LH 측은 "전임자가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LH가 이득을 취한 뒤 발뺌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LH 말 번복에 주민 반발
LH 말 번복에 주민 반발

(남양주=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대상지 주민들이 현수막을 걸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항의하고 있다. 2020.5.31 [양정역복합단지 보상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1일 주민과 LH에 따르면 양정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와부읍·양정동 일대 206만㎡에 추진되고 있다. 총 1조6천억원이 투입된다.

이곳에 상업·교육·문화·연구개발(R&D) 등 자족 기능을 갖춘 복합도시가 건설된다. 신혼부부·청년·노년층을 위한 공공주택 등 1만4천가구도 조성된다.

개발 예정지 땅 주인은 700여 명이다. 원주민이 90%를 차지한다.

땅 주인이 토지 보상과 지장물 조사에 동의해야 개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땅 주인들은 이주 대책을 요구, 개발 후 땅을 우선 공급받는다. 해당 지역에 다시 살도록 하기 위해서다.

택지 관련 개발은 도시개발사업과 공공주택사업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도시개발사업은 원주민에게 땅을 감정가에, 공공주택사업은 조성 원가에 공급한다.

양정역세권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공공주택사업과 같은 토지 공급을 요구했다. LH는 이를 받아들여 조성 원가 이하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LH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주민들에게 보내고 두 차례 설명회도 열었다.

주민들은 이를 믿고 LH가 보상을 위해 지장물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장물 조사가 90% 이상 완료되면 행정기관이 사업을 승인하고 이후 보상이 진행된다.

국토교통부도 두 가지 공급방식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지난 2월 도시개발사업 때도 이주자 택지를 조성 원가로 공급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남양주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대상지 주민들에게 보낸 LH 공문
남양주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대상지 주민들에게 보낸 LH 공문

[양정역복합단지 보상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민들이 지장물 조사에 동의하자 LH는 입장을 바꿨다.

LH는 이달 초 주민들에게 '감정가로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무렵 담당 부장과 과장이 교체됐다.

그러면서 "전임 담당자들이 실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전임자가 두 가지 보상 방식을 비교 설명했는데 실수는 말도 안 된다"며 "LH가 이득을 챙긴 뒤 발뺌하는 등 주민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LH는 양정역세권 개발 부지의 조성 원가를 용도에 따라 3.3㎡당 150만∼400만원으로 추산했다.

감정가를 적용하면 3.3㎡당 400만원가량을 더 부담할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했다. 공급 기준이 265∼330㎡인 점을 고려하면 주민들은 3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결국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LH와 남양주시에 탄원서를 냈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국토부 지침이 변경되기 전 사업에도 적용되도록 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국토교통부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민들 입장은 이해하지만 법에서 정한 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주자 택지 공급 가격이 최종 결정되지 않은 만큼 주민들과 협의해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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