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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노벨상 산실 '방사광 가속기' 청주 낙점

송고시간2020-05-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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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부지로 충북 청주 선정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부지로 충북 청주 선정

청주 오창이 1조원 규모의 대형 국가연구시설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입지로 확정되었다. 사진은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충북도 제공]

1조 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 '방사광 가속기' 건설이 닻을 올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월 8일 방사광 가속기 구축 부지로 충북 청주(오창)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2년 이전에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께 가속기가 구축되고 2028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태양보다 100억 배 밝은 초정밀 거대 현미경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태양 빛보다 100억 배 밝은 빛(방사광)을 만들어내는 장비다. 이 빛으로 일반 현미경으론 못 보는 나노미터(10억 분의 1m) 수준의 구조나 세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또 하나의 별칭은 '노벨상의 산실'이다. 전 세계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해 발견된 새로운 원소는 14개이고, 방사광 가속기를 통해 탄생한 노벨상 숫자는 30개에 달한다. 현재 미국은 22대, 일본은 11대, 독일은 7대의 가속기를 확보하고 있다.

과거엔 물리학 기초연구에 주로 쓰였지만, 근래엔 생명과학과 신소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된다. 특히 신약 개발에서 방사광 가속기는 필수 도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구제역 백신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제넥신도 국내 방사광 가속기를 통해 빈혈치료제를 개발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산업에서도 방사광 가속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만 TSMC는 연간 1천 시간 이상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 중이며, LG화학은 방사광 가속기로 고용량 2차전지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고효율의 태양광 패널 개발에도 필수적이다.

◇둘레 800m 초대형 4세대 원형 가속기

국내에선 포항에 방사광 가속기 두 기가 설치돼 있다. 단백질 결정과 냉동된 세포 등을 볼 수 있는 3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는 1995년부터, 살아있는 세포의 변화를 동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는 4세대 선형 방사광 가속기는 2017년부터 활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수요가 급증해 수개월씩 기다리는 실정이다. 3세대 가속기는 지난해 6천96명이 1천607건의 연구를 진행했는데, 요구 시간의 절반 정도인 50.6%만 쓸 수 있었다.

청주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에 구축될 방사광 가속기는 해외 주요국의 최신 방사광 가속기와 대등한 수준으로 4GeV(기가전자볼트)급의 4세대 원형 가속기다. 포항 4세대에 비해 100배 밝은 광선을 쏠 수 있는데 태양 빛의 1조 배 수준이다.

또한 다목적 설비여서 활용 분야도 더 넓다. 둘레는 포항 3세대의 세 배 정도인 800m에 달한다. 가속기 규모는 클수록 더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얻기에 유리하다. 중국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둘레 1.2km의 6GeV급 '고에너지 방사광 가속기(HEPS)'를 건설하는 이유다.

경북 포항 방사광가속기
경북 포항 방사광가속기

[경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용 13만7천 명, 생산 6조7천억 원 기대

방사광 가속기 유치는 청주, 춘천, 포항, 나주 4파전으로 치러졌다. 청주가 낙점된 데는 지리적 접근성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가운데여서 어디서나 접근성이 좋고 고속도로와 KTX, 청주국제공항 등 교통환경도 잘 갖춰졌다. 방사광 가속기 부지인 청주 오창은 화강암반층으로 최근 20년간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다.

반도체, 의약품, 의료기기, 화학 산업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된 것도 장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밀집한 대덕연구단지도 가깝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따르면 방사광 가속기 사업으로 고용 13만7천 명, 생산 6조7천억 원, 부가가치 2조4천억 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주엔 양성자 가속기, 대전엔 중이온 가속기

앞서 2012년엔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양성자 가속기가 경주에 건설됐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 가속기는 양성자를 가속하는 에너지가 100MeV(100만 전자볼트)에 달해 양성자가 초속 13만km 속도로 다른 물질의 원자에 부딪히게 할 수 있다.

양성자가 충돌해 다른 물질로 침투하면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져 물질의 성질이 변한다. 그래서 고성능 반도체, 식물 돌연변이,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신소재 개발에 주로 쓰인다.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에도 활용된다.

내년에는 대전에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RAON)'이 완공될 예정이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보다 100만 배 작은 펨토미터(1천조 분의 1m) 단위의 세계를 탐구한다. 또 신약과 반도체 개발에 주로 쓰이는 방사광 가속기와 달리, 새로운 원소 탐색과 중성자별 내부 현상 실험 등 기초과학이 주요 분야다.

라온 부지 면적은 축구장 130개와 맞먹는데, 직선 형태의 선형 가속기 중 세계 최대 규모다. 가속기 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터널 길이는 95.5m에 달한다. 중이온이 이 터널을 15만 분의 1초로 날아가게 된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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