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르포] "밤새 헬기·사이렌 소리"…긴장감 감도는 LA 한인타운

송고시간2020-06-01 10:13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상가에 경비원 배치, 상점마다 가림막…뜬눈으로 밤 지샌 한인들

"28년 전 LA폭동 같은 '한흑갈등' 없을 것"…시위에 연대 목소리도

상가 창문이 깨지는 피해를 본 한인타운 상점[LA 한인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상가 창문이 깨지는 피해를 본 한인타운 상점[LA 한인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밤새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와 헬기 소리가 들렸어요. 제발 제2의 로스앤젤레스(LA) 폭동 피해가 없기를 기도합니다"

휴일인 31일(현지시간) LA 시내 '코리아타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미국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전날 LA 중심부에서도 약탈과 방화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폭동은 전날 고급 상점이 밀집한 멜로즈 애버뉴, 페어팩스 애비뉴, 베벌리힐스 로데오거리에서 발생했다.

한인 상가가 모여있는 코리아타운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6∼10㎞ 떨어져, 차를 타고 이동하면 10∼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다.

다행히 시위대 본류가 서쪽으로 향하면서 시위 현장 동쪽에 위치한 코리아타운은 한밤의 폭동 사태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하지만, 한인 타운도 폭력 시위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LA 한인회에 따르면 웨스턴 애비뉴 인근 한인 상가의 상점 4곳은 전날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보았다. 흥분한 일부 시위대가 한인 타운으로 넘어와 상점 유리창을 부순 것으로 추정된다.

가림막을 설치한 한인타운 상점
가림막을 설치한 한인타운 상점

[LA 한인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기자가 찾아간 윌셔대로 한인타운 상가 앞에는 검은색 제복을 입은 사설 경비원이 호신용 무기를 옆구리에 찬 채 상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LAPD(로스앤젤레스 경찰) 소속 '올림픽 경찰서' 차량이 수시로 상가 도로를 순찰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한인 상인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28년 전 LA 폭동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LA 폭동은 1992년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운전자가 백인 경찰 4명으로부터 무자비하게 구타당했지만, 해당 경관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분노한 흑인들이 약탈과 방화,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다.

코리아타운이 폭도들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한인 상점 2천800여곳이 피해를 보았고, 당시 10대였던 동포 1명이 시위대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한 중식당 주인은 "TV 뉴스를 보면서 밤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며 "1992년 LA 폭동과 같은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고깃집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었는데 흑인사망 시위까지 겹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한인 타운 상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원
한인 타운 상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원

[연합뉴스=정윤섭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일부 상점은 약탈을 막기 위해 상가 유리창을 가리는 합판 가림막을 곳곳에 설치했다.

또한 상점 유리창에 별도의 쇠창살을 세워 도난을 방지하려는 상점 주인들도 있다고 상가 경비원은 귀띔했다.

LA 시내에 거주하는 한 교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심 일대가 밤새 헬기와 사이렌 소리로 시끄러웠다"며 "당분간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 집에서 머물 생각"이라고 말했다.

LA 한인회는 폭력 시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비상 연락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인회 관계자는 "24시간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면서 "현지 올림픽 경찰서도 한인사회와 협조해 순찰을 대폭 강화했다"고 전했다.

1992년 LA 폭동 때와는 상황이 달라져 한인-흑인 사회가 충돌하는 '한흑갈등' 양상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동안 한인 사회가 흑인 커뮤니티와 관계를 꾸준히 다져놨고, 인종 차별과 불평등에 함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한인 사회가 미국 주류사회에 미치는 정치력 영향력이 커진 것도 28년 전과는 달라진 지점이기도 하다.

LA에 본부를 둔 한인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불공정, 차별에 대한 항의에 동의하며, 모든 커뮤니티와 연대할 것"이라며 "항의 시위가 평화적 방법으로 표현되기를 바라며, 폭력과 약탈, 폭동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9CSIW32QpAY

인적이 끊긴 LA 윌셔대로 한인타운 상가
인적이 끊긴 LA 윌셔대로 한인타운 상가

[연합뉴스=정윤섭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jamin74@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