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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잔혹성 어디까지…말못하는 고양이에 화살 날린 '인면수심'

송고시간2020-06-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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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용 화살촉 달린 활로 길고양이 겨냥…목숨 건졌으나 한쪽눈 실명

법원 "공소사실 유죄지만 전과 없어 집행유예"…동물단체 "처벌 강화해야"

(군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말 못 하는 짐승을 향한 인간의 행태는 잔인했다.

길고양이 머리를 겨냥해 '사냥용 화살'을 쏘고도 "고양이를 마당에서 내쫓으려고 했다"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머리에 알 수 없는 물체가 박힌 채 전북 군산시 신풍동 일대를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포착된 때는 지난해 7월.

두부를 관통한 물체가 왼쪽 안구를 파고들어 눈을 뜰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를 가엽게 여긴 캣맘들은 머리에 못과 같은 물체가 박혀 있다 해서 고양이를 '모시'라고 불렀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모시를 구조하기 위한 동물자유연대와 '군산 길고양이 돌보미'의 협력은 지난해 7월 21일 결실을 봤다.

이들 동물단체가 놓은 대형 포획 틀에 모시가 무사히 들어왔다.

서둘러 광주에 있는 병원으로 모시를 옮겨 치료를 시작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머리에 박힌 물체는 못이 아니라 '브로드 헤드'라고 불리는 사냥용 화살에 달린 화살촉이었다.

날이 3개나 달려 동물 수렵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화살촉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뇌를 비껴갔지만 모시는 왼쪽 눈을 잃었다.

동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화살촉 유통 경로를 역추적해 4개월 만에 유력 용의자 A(46)씨를 붙잡았다.

그는 사냥용 활을 이용해 브로드 헤드가 달린 화살을 모시에게 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고양이를 마당에서 내쫓으려고 그랬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길고양이가 작은 소리와 약간의 위협에도 쉽게 놀라 도망친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굳이 위험한 도구를 이용해 고양이를 겨냥한 피고인의 행위에 고의가 다분해 보인다"며 법원에 엄벌을 탄원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1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를 유죄로 볼 수 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모시를 돌보고 있는 차은영 군산 길고양이 돌보미 대표는 "동물을 학대한 이들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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