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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톈안먼 시위 31주년…"중국 내 인권 상황은 되레 악화"

송고시간2020-06-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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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 43% "1989년보다 인권 악화", 59%는 "진상 규명해야"

홍콩 추모집회 31년 만에 불허됐지만 '저항 촛불' 들기로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오는 4일 중국의 6·4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맞지만, 중국 내 인권 상황은 31년 전보다 되레 악화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홍콩에서는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들기로 했다.

톈안먼 시위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3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민의(民意)연구소는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홍콩 시민 1천1명을 대상으로 톈안먼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중국의 현재 인권 상황이 1989년보다 악화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43%를 차지해 연구소가 1993년 이 여론 조사를 시작한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의 인권 상황이 1989년보다 개선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38%를 기록했다.

중국 인권 상황이 1989년보다 악화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개선됐다는 응답자보다 더 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응답자의 66%는 톈안먼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처리 방식이 잘못됐다고 답했으며, 59%는 톈안먼 시위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후 사회 통제와 검열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면서 '당의 영도'를 사회 전반에 관철하려는 정책 노선을 걸어왔으며, 이러한 노선은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구나 무역전쟁, 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이 격화하고 있어 중국 정부는 민족주의적 정서를 고취하면서 더욱 강경한 정책 노선을 취하고 있다.

"톈안먼 추모 촛불 밝히자" 촉구하는 홍콩 재야인사들
"톈안먼 추모 촛불 밝히자" 촉구하는 홍콩 재야인사들

(홍콩 EPA=연합뉴스) 리척얀(李卓人) 홍콩 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오른쪽)이 21일 재야 인사들과 함께 6.4 톈안먼 시위 기념관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 주석은 홍콩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구실로 오는 6월 4일까지 공공 집회를 금지하자 홍콩 시민들에게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을 밝힐 것을 호소했다. 2020.5.21.jsmoon@yna.co.kr

홍콩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를 개최해왔지만,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이마저도 불허했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가 불허되기는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추모 집회 때는 18만여 명이 모였다.

추모 집회를 주최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온라인 추모 집회를 개최하고, 4일 저녁 8시 홍콩 시내 곳곳에서 촛불을 켜는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미국, 유럽,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동참할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집회의 주제는 '진실, 삶, 자유 그리고 저항'이며, '#6431Truth' 해시태그를 사용한다.

홍콩 야당 의원들은 시내 곳곳에 100여 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촛불을 나눠줘 이 운동에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1989년에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저녁 8시 9분에는 일제히 묵념을 올리기로 했다.

반중 성향 신문 빈과일보를 운영하는 지미 라이 등은 경찰의 불허에도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 집회를 하자는 주장을 펴 상당수 시민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일 가능성도 있다.

지련회 회원들도 홍콩 정부가 금지한 '8인 초과 모임'을 피해 8명 이하의 무리로 모여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을 들기로 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톈안먼 추모 집회가 영원히 금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지련회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홍콩인의 저항 의지가 이어지는 한 추모 집회 또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과 리원량(李文亮) 죽음 등의 영향으로 최근 중국 내에서 톈안먼 시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원량은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이후 환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톈안먼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저우펑쒀(周鋒鎖)는 "올해 유례없이 많은 중국의 젊은 학생들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톈안먼 시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확산과 리원량의 죽음 등이 중국인들에게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운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PwZQQLHAmd0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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