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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토종 너구리 위협하고 사람도 공격" 라쿤의 두 얼굴

송고시간2020-06-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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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521N5KwGEo

(서울=연합뉴스) 귀여운 얼굴, 앙증맞은 꼬리.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는 이 동물, 라쿤.

국내에서는 야생동물 카페의 인기 스타로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라쿤이 생태계에 위협적일 수 있다고 하는데요.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라쿤을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처음 지정했습니다.

김영민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라쿤이 동물 카페, 일반 개인 사육장에서 탈출하거나 유기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해 생태계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작년 생태계위해성 평가 결과에서 2급 판정(생태계 위해성이 보통이나 향후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 관찰 필요한 생물)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 약 200여 마리가 수입된 라쿤.

애완용 또는 전시, 관람용으로 사육되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야생동물 카페는 라쿤 보유 개체 수가 적어 환경부에 등록할 필요가 없고, 현행법상 멸종 위기종이 아니라면 등록 없이도 전시할 수 있습니다.

라쿤이 어디서 사육되다가 수입됐는지 수입 후 잘 관리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죠.

올해만 7마리가 도심과 교외 지역을 배회하다 포획됐는데요.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라쿤은 개, 고양이들과 달리 발견한 사람들이 유기된 야생동물인지 그냥 야생에 자생하는 동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신고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쿤은 잡식 동물인 데다 손도 쓸 수 있어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생존율이 높은 동물입니다.

생태계에 무분별하게 유출될 경우 국내 고유종인 삵, 오소리, 너구리 등과 서식지를 두고 다툴 수 있고 자칫 생태계 교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죠.

코로나19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광견병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인 라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일본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한 만화에 '라스칼'이란 라쿤이 등장하며 인기를 끌자 많은 개체가 수입됐죠.

하지만 야생동물이다 보니 키우기 어려워 유기되는 경우가 많았던 라쿤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신사를 훼손하는 등 여러 피해를 낳았습니다.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계위해우려생물로 지정된 만큼 이제 라쿤 반입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민 환경부 사무관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수입, 반입할 경우 지방 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학술 연구나 비상업적인 경우 관할 지방환경청에 신고하고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들어와 있는 개체들 역시 함부로 방출 및 유기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죠.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생태계위해우려생물로 지정됐다고 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야생동물 카페에서 무분별하게 전시, 분양하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라쿤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야생동물이라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반려용으로 소유할 수 있는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을 분리해서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이목을 끌지만 무분별하게 수입하고 전시하기엔 위험성이 큰 라쿤.

이번 제도가 체계적인 야생동물 관리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됩니다.

박성은 기자 임지수 인턴기자 / 내레이션 송지영

[뉴스피처] "토종 너구리 위협하고 사람도 공격" 라쿤의 두 얼굴 - 2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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