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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실패했나…자체평가는?

송고시간2020-06-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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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언급으로 주목…전면시행 아닌 2천명 대상 실험차원 실시

핀란드 정부 결론은 "고용촉진 미미하나 삶의질 개선엔 효과"

의총 발언하는 김종인
의총 발언하는 김종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성철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6.4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김예림 인턴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기본소득이 다시 화두로 부상했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 3월께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제방역책' 차원에서 재난기본소득 필요성이 거론됐고, 그것은 결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비상 상황에서의 일회성 복지정책이었다면 이번에 김 비대위원장은 지속성 있는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 즉 본래 의미에 보다 가까운 개념의 기본소득을 거론한 것이다.

기본소득 논의와 관련, 가장 자주 거론되는 해외 사례는 핀란드 케이스다.

대체로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4일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거론하며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고, SNS상에는 '핀란드에서 2년간 했다가 실패한 정책 아니냐', '1인당 GDP 6만불(실제로는 2018년 기준 약 5만 달러)인 핀란드에서조차 실패를 자인한 정책을 여야 할 것 없이 지지율 받아내겠다고 저렇게 하는 게 정상이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우선 핀란드가 시행한 것은 말 그대로 기본소득의 '실험'이었다. 25∼58세 실업자 2천 명을 임의 선정해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 없이 1인당 매월 560유로(약 76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2017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 말까지 시행한 것이다.

2017년 1월 당시 실업률이 9.2%로 올라간 상황에서 사회 안전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실시한 실험이었다. 핀란드 정부가 전면 시행했다가 실패해서 그만둔 것으로 아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할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색하고, 여러 명목으로 제공되고 있는 복지 서비스를 현금 지급으로 통합함으로써 행정상의 비효율성을 절감하자는 목적에서 이뤄진 실험이었다.

결국 2년간의 실험을 거쳐 핀란드에 기본소득 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았고, 실험 기간도 연장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실패'로 평가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를 '실패'로 규정했을까?

애초 '실험'이었던 만큼 '실패'라는 말을 쓰기가 적절한지도 논쟁 여지가 있지만 핀란드 정부의 평가가 '실패'였다고 쉽게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엄밀히 말해 핀란드 정부의 평가는 '고용 촉진 효과는 작았지만 삶의 질 증진 면에서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핀란드 사회보장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관찰한 결과, 기본소득 수령자 2천명의 고용률은 실업수당을 받은 비교 대상 집단(control group·17만3천명)에 비해 약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소득 수령자의 고용일수(1년간 평균 78일)와 비교 대상 집단의 고용일수(1년간 평균 73일)를 비교하니 전자가 평균 6일(1년 기준)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험 2년 차인 2018년부터 실업수당 수령기준에 일부 변화가 있었기에 기본소득 수령자의 근로일수 증가 추이가 전적으로 기본소득 덕분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런 점을 고려해 핀란드 사회보장국이 평가한 기본소득의 고용효과는 "작았다"(small)였다.

그러나 삶의 질 면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핀란드 당국의 평가다.

2018년 10∼12월 기본소득을 받은 2천명과 받지 않은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수령자들은 비수령자에 비해 자신의 삶의 질을 보다 긍정적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가계 재정 상황' 문항에서 기본소득 수령자의 13%가 '편안하게 산다', 47%가 '괜찮게 산다'고 답해 비교집단에 비해 각각 5% 포인트, 3%포인트 높았다.

또 '수지 맞추기가 어렵다'고 응답한 기본소득 수령자는 28%로 비교집단에 비해 4%포인트 낮았고, '겨우겨우 산다'고 답한 기본소득 수령자는 12%로 비교집단에 비해 3% 포인트 낮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우울증이 있나'라는 항목에서 '있다'고 답한 기본소득 수령자는 22%로 집계돼 비교집단(32%)에 비해 10% 포인트 낮았다.

그리고 0∼10점 범위에서 스스로 매기게 한 '삶에 대한 만족도' 점수에서 기본소득 수령자는 평균 7.3점으로 집계돼 역시 비교집단(6.8점)보다 높았다.

핀란드서 기본소득과 삶의질간 관계 조사한 결과
핀란드서 기본소득과 삶의질간 관계 조사한 결과

[핀란드 사회보장국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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