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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 상징인물 메구미 부친 사망

송고시간2020-06-0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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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메구미 귀환 실현 못해 애끊는 심정" 애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 피해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알려진 요코타 메구미(납치당시 13세)의 아버지인 요코타 시게루(橫田滋·87) 씨가 5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NHK에 따르면 재작년 4월 가와사키(川崎) 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생활해온 요코타 씨가 이날 오후 숨졌다.

요코타 씨는 1977년 일본 니가타(新潟)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실종된 뒤 나중에 북한으로 납치된 것으로 밝혀진 메구미의 부친이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5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시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요코타 시게루 씨의 생전 모습.

(도쿄 교도=연합뉴스) 5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시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요코타 시게루 씨의 생전 모습.

1964년생으로 실종 당시 여중 1년생이던 메구미는 북한에서 결혼해 딸도 낳았다.

그러나 북한은 메구미가 우울증으로 1994년 4월 자살했다고 발표했고, 2004년 11월에는 메구미의 것이라는 유골을 일본 정부에 넘겼지만 감정 결과 다른 사람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일본 정부와 가족은 북한 측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메구미의 생존을 전제로 한 송환을 요구해 왔다.

요코타 씨는 1997년 3월 납치피해자가족회가 결성된 뒤 이 모임 대표를 맡아 아내인 사키에(早紀江) 씨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면서 딸의 구출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1천400차례가 넘는 강연도 했다.

그는 2005년 혈소판 관련 난치병 진단을 받은 뒤 모임 대표를 그만두고도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했지만 2016년 3월 이후로는 건강이 악화해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 납치피해자가족회 회장은 "이렇게 오랜 기간 납치 문제를 방치해 귀국을 기다리는 가족이 한두명씩 줄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요코타 씨의 부고가 전해진 뒤 "전력을 다해왔지만 (메구미의 귀환을) 실현하지 못해 애끊는 심정(斷腸の思い)이다. 정말로 죄송하다"라며 납치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즈카 시게오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회장(두 번째 줄 오른쪽 세 번째) 등이 지난 2월 영화 '메구미에 대한 맹세' 제작발표회를 연 뒤 출연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에 앉아 있는 두 여성은 메구미의 어린 시절과 성인 역할을 맡은 배우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즈카 시게오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회장(두 번째 줄 오른쪽 세 번째) 등이 지난 2월 영화 '메구미에 대한 맹세' 제작발표회를 연 뒤 출연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에 앉아 있는 두 여성은 메구미의 어린 시절과 성인 역할을 맡은 배우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 1970~80년대 일본에서 실종된 사람의 다수를 북한이 납치했을 것이라고 일본 정부가 제기하는 문제다.

이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이 13명의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특정 실종자를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은 총 12건에 17명이다.

이들 중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북 후에 일시귀환 형태로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이 공식적으로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북한은 12명 중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으로 불리는 메구미 등 8명은 사망하고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며 일본의 납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납치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아베 총리 정부는 북한이 사망 사실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등 실상을 숨긴다고 맞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쇄 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지난해 5월부터 납치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조건 없이 만나자고 계속 제안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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