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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과 민주주의 상징인데…'흑인사망' 시위 속 백악관 요새화

송고시간2020-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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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력 복귀 속 수도 한가운데서 철벽 계속 설치…"10일까지 주변 폐쇄조치"

WP "군주제 궁전 방불…힘 과시하려는 트럼프식 '법과 질서' 통치 단면"

철조망으로 가려진 백악관
철조망으로 가려진 백악관

[AFP=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흑인 사망' 시위 사태 국면에서 미국 심장부 워싱턴DC에 위치한 백악관이 사실상 '요새화'하고 있다.

폭력 사태가 잦아들고 워싱턴DC 인근에 집결했던 군 병력도 해산에 돌입하는 등 긴장도가 낮아지는 분위기이지만, 백악관 주변은 철벽을 두른 채 삼엄한 '철통 경비'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사실상 요새화된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의 힘을 보지만, 다른 이들은 나약함을 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백악관 주변의 보안 구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며 검은색의 높은 철조망이 시간단위로 세워지고 있고, 무장 경호원들과 전투병력을 어디에서든 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아수라장'이 벌어진 이래 약 72시간 만에 백악관은 사실상의 요새로 완전히 바뀌었으며, 이는 인종적 부당함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수백만 미국인들에 대한 트럼프식 '법과 질서' 통치 비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철조망으로 가려진 백악관
철조망으로 가려진 백악관

[AP=연합뉴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최루탄 등으로 강제로 해산시킨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가로질러 '대통령의 교회'라고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 논란을 빚었다.

이튿날인 지난 2일 세인트존스 교회와 마주하는 라파예트 공원 북쪽에 8피트(2.43m) 높이의 철조망이 설치된 데 이어 4일에는 콘크리트 벽으로 돼 있는 높은 울타리가 NW(노스웨스트) 지역의 17 가에서 컨스티튜션 애비뉴로 이어지며 설치됐다고 WP가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있는 2개의 북쪽 출입구도 폐쇄된 상황이다.

WP에 따르면 이에 더해 수만 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말 시위에 대비, 백악관 동, 서쪽 외곽을 따라 새로운 장벽들이 여전히 세워지고 있다고 행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와 관련, 비밀경호국(SS)은 성명을 내고 안전한 시위를 허용하면서도 백악관 주변의 필요한 안전 조치를 유지하기 위해 오는 10일까지 폐쇄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e9AVtVWMPlQ

WP는 백악관이 머나먼 땅에 자리한 군주제의 궁전이나 독재정권의 건물을 방불케 할 정도로 '중무장'한 상태라면서 이는 1792년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번지 위에 그 주춧돌이 세워졌을 때부터 '국민의 집'이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칭송받았던 백악관의 역사적 역할과 상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해외 독재자들에게 그동안 호감을 느껴온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과 군 병력 같은 군사적 이미지를 통해 '터프함'을 상징화하길 원했으며, 진압을 통해 시위 사태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WP가 백악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론은 극명하게 양분된 상황이다. 지지자들은 '절대적인 힘'의 표출이자 국민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통제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비판자들은 독재자이자 시민들로부터 숨으려고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도 갈라져 있다. 일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 대응이 '완전한 재앙' 수준이라는 견해를 보이지만, 반대로 다른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법과 질서'의 사령관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시위 사태가 지나가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참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 구역의 상태에 대해 참모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있으며, 관련한 TV 보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몰려들었던 지난달 29일 밤 지하 벙커로 피신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쪽에서 두려운 나머지 벙커에 몸을 숨기며 안위만을 챙긴다는 인식을 부추긴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고 WP는 보도했다.

폭우 속의 시위자들
폭우 속의 시위자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호 강화나 철조망 설치 관련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확대된 보안 구역의 해제와 추가된 장벽들의 철거를 간절히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역대 대통령들은 정부가 위협받고 있다는 두려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백악관 내부 또는 주변의 안전 조치를 거부했었다고 대비시키면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주간 시간대에 일반인에게 개방됐던 백악관을 요새화하는 방안에 대해 망설였다고 한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결국 재무부 내에 대피처를 만드는 일에 동의했지만, SS가 제안한 대부분의 권고를 거부했었다는 것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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