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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충돌 방지 주춧돌 군사합의 잇단 파기경고…'안전판' 위기

송고시간2020-06-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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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간서 적대행위 전면중지…1년9개월여 전쟁위험 해소에 기여

파기시 냉전시대 복귀…"남북 모두 판문점선언 정신 훼손해선 안돼"

군사분야 합의서 서명하는 송영무-노광철
군사분야 합의서 서명하는 송영무-노광철

(평양=연합뉴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배재만 기자 =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2018.9.19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해소하고 무력충돌을 막는 주춧돌로 평가돼온 9·19 남북군사합의서가 뜻밖의 위기를 맞았다.

남북 및 북미관계 교착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군사합의서 파기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7일 군사합의서가 파기되면 남북은 '냉전시대'로 되돌아가 충돌 위험 고조뿐 아니라 유·무형의 경제적 손실, 무한 군비경쟁 등을 우려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론하며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대변인은 김 제1부부장 담화 하루 뒤인 5일 내놓은 담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직시하면서 대결의 악순환 속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이라며 "어차피 날려 보낼 것, 깨버릴 것은 빨리 없애버리는 것이 나으리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무엇을 깨겠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것으로 미뤄 적대행위 중지를 명기한 군사합의서를 지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전단이 군사합의서에 명기된 '기구'(氣球) 범주에 포함되느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군사합의서(1조 3항)은 군사분계선(MDL)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는데, 기구는 MDL로부터 25㎞ 이내 지역에서 띄우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서 언급된 '기구'는 군사적 목적의 정찰 도구를 지칭한다.

전문가들은 상대편 최고지도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제작해 날려 보내는 행위 자체는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판문점선언이행 위한 군사분야 합의 내용
판문점선언이행 위한 군사분야 합의 내용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남북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담에서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지상 MDL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했다. 이 구간에서 정전협정 이후 총 96회의 상호 포격전이 있었다. 만약 이 합의가 파기되면 소규모 포격과 훈련이 국지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미 철거한 확성기 방송 시설을 복원해 상호 비방에 나설 수도 있다.

동·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서해 덕적도~초도, 동해 속초~통천)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동해 80㎞·서해 135㎞)으로 지정해 포 사격과 기동훈련도 중지했다. 북한 해안포 포구 덮개와 남북 함정의 함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도 이행되고 있다.

이 합의서 이전 남측은 북측이 NLL 인근으로 해상 사격을 하면 동종 무기로 동일한 수량 만큼 대응 포격을 가했다. 만약 북측 포탄이 NLL을 넘어오면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합의서로 이런 행위는 중지됐지만, 파기되면 NLL 해상 사격훈련 재개는 불 보듯 뻔하다.

NLL 일대가 '평화의 바다'로 남으려면 완충구역 운영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완충구역 합의가 준수돼야만 서해 해상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합의가 이행될 수 있어서다.

남북이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2018년 11월 1일부터 이행하는 것도 군사합의에 따른 것이다.

서부지역 상공은 MDL에서 20㎞, 동부지역은 40㎞ 안의 지역에서 정찰기와 전투기의 비행이 금지됐다. 서부지역 10㎞, 동부지역 15㎞ 안에서 무인기도 비행할 수 없다. 기존에는 MDL에서 남북 8㎞가량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었다.

공중 완충구역에서는 전투기의 공대지 유도무기 사격 등 실탄을 동반한 전술훈련도 금지됐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공중 전술훈련 구역을 상당폭 뒤로 물렸다. 공중 완충구역이 무효가 되면 해당 구간에서 무인기 정찰 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MDL 일대에 배치된 남북 대공무기도 상시 사격태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군사합의에 따라 DMZ 내에서 상호 1㎞ 이내에 근접 설치된 GP(감시초소) 10개를 폭파했다. 이어 남북은 모든 GP 철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합의가 깨지면 철거된 GP 시설 복원도 예상된다. 남북 GP에서는 총구를 상호 겨냥해 상시 개방해놓아 충돌 위험이 큰 곳으로 지목된다.

북한, 중부전선 북측 GP 폭파
북한, 중부전선 북측 GP 폭파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2018년 11월 20일 오후 3시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폭파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사진은 폭파되고 있는 북측 GP 모습. 2018.11.20 [국방부 제공]

남북이 접경지대에서 우발 충돌을 막고자 분단 이후 처음 합의한 '교전규칙'도 무의로 돌아갈 수 있다.

양측은 군사합의서에 따라 2018년 11월 1일부터 '지·해·공 작전수행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지상과 해상에서는 경고방송→ 2차 경고방송→ 경고사격→ 2차 경고사격→ 군사적 조치 등 5단계 절차를 마련했다. 공중에서는 경고교신 및 신호→ 차단비행→ 경고사격→ 군사적 조치 등 4단계로 이행토록 했다.

어떻게든 우발적인 출동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이선 작전수행절차가 탄생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강조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체결 1년 9개월여인 군사합의서가 한반도 전쟁 위험 해소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이 어렵게 머리를 맞대어 군사합의서 문구 하나하나를 조율하는 데 무진장 애를 썼다"면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군사합의서는 파기해서는 안 된다. 만약 파기된다면 '안전판'이 사라져 2018년 이전의 극한 대치 상황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한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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