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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들썩 제주산 사운드, 사우스카니발…"그래미가 목표죠"

송고시간2020-06-0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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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레이블 합류해 미니앨범…"아픔과 낙천성 공존이 '제주스러움'"

밴드 사우스카니발
밴드 사우스카니발

[최소우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제주 중산간 오름에 올라보면 아늑한 평원 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솟아 있는 오름들의 곡선을 만나게 된다. 평화롭게 이어지는 땅의 높낮이 속에는 마치 들썩들썩하는 리듬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월드뮤직 10인조 밴드 사우스카니발의 음악은 그런 풍경을 닮았다. 스카와 라틴 음악을 기반으로 '쿵작쿵작' 내적 생기를 유발한다. 섬 특유의 "따뜻하고 평화롭고 느긋한 정서"를 노래하고 싶다는 이들은 2009년 제주에서 결성돼 줄곧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제주 토종밴드'다.

리더 강경환(보컬)을 비롯해 석지완(드럼), 고경현(퍼커션), 고수진(베이스), 이은경(키보드), 유진근(기타), 주예찬(색소폰), 박민철(트롬본), 양기호(트럼펫), 김기태(FX) 등 멤버 10인 전원이 제주 정주민이다.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우스카니발 리더 강경환은 "제주의 가로수인 야자수와 아름다운 바다, 따뜻한 기온이 자연스럽게 월드 뮤직을 선택하게 했다"고 전했다.

"처음엔 개인적으로 멋있어서 하고 싶은 음악을 했었어요. 장르는 하드코어 펑크였는데, 아름다운 섬 제주에 살다 보니 하드코어 스피릿이 나오질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공연하는 사우스카니발
공연하는 사우스카니발

[최소우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월드뮤직이라는 장르를 접해본 적이 없어 유튜브를 보며 공부를 시작했다는 이들은 어느덧 11년간 자리를 지키며 단단한 음악적 정체성을 쌓았다.

정규앨범 2장과 미니앨범(EP) 2장 등을 발표했고 2013년에는 실력 있는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EBS '헬로루키', 한국콘텐츠진흥원 'K-루키즈'에도 선정됐다. 이미 제주에선 각종 페스티벌과 문화행사에서 단골로 공연하는 슈퍼스타다.

강경환은 "남들처럼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야 하나 고민도 많았고, 잘하고 있는지 사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며 "지금은 동떨어져서 작업하는 게 우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위에 다른 팀이 드문 여건 덕에 오히려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사우스카니발만의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

최근에는 변화도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대표가 이끄는 작가주의 레이블 '최소우주'에 합류하고 지난달 29일 새 EP '클라우드나인'(Cloud9)을 선보였다.

보사노바 리듬의 선공개 곡 '그것은 사랑'을 비롯해 새 앨범에 수록된 5곡은 원초적 에너지 넘치던 이전 스타일보다 잔잔하다. 음악적 성숙함과 깊이를 더하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조동희 대표의 오빠인 포크 거장 조동익이 마스터링을 맡은 것도 눈길을 끈다.

강경환은 "세계적인 뮤지션이 돼야겠다고 다짐하는 분기점에서 발매한 첫 신보"라고 소개했다.

공연하는 사우스카니발
공연하는 사우스카니발

[최소우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록곡 '위시스'(Wishes)은 풍어와 다수확을 비는 제주 영등굿에서 모티브를 따와 제주 밴드로서 정체성을 선명히 보여준다.

무탈을 기원하는 제주어 가사와 아프리카 토속 리듬이 어우러지고 징, 북, 설쇠, 요령 등 제주 무속악기가 등장한다. 실제로 사우스카니발은 무당을 찾아가 제주도 굿에서만 쓰이는 악기를 어렵게 구하고 배우기도 했다.

강경환은 "풍어만이 아니라 사람들, 그리고 세상만사 모두 평안하길 바라는 제주 굿이 요즘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고 자란 제주를 보는 마음은 복잡하기도 하다.

그런 시선은 '카오스'(chaos)에 담겼다. 날카로운 하드코어 펑크가 흥겨운 스카로 급격히 방향을 틀며 난개발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제주의 모습을 표현한다.

"연습실 앞은 한라산이 훤히 보여요. 연습하다가 답답할 때마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얻고는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고 아주 멀리서도 보이는 218m짜리 초고층 빌딩이 들어섰죠.… 하와이의 경우 세계적 관광지가 되면서 엄청난 집값과 땅값으로 인해 정주민들은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상황을 봤는데, 제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무서웠어요."

사우스카니발이 생각하는 '제주스러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경환은 "역사적 아픔과 환경적 요인의 낙천적인 점이 공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자메이카의 스카처럼"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제주는) 일제 강점기, 제주 4·3사건 등 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다. 하지만 환경적인 요인들로 인해 제주민들은 정이 많고 낙천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원주민 학살과 아프리카 노예 강제이주 등 아픈 역사를 간직한 중남미 음악은 제주 정서와 그런 면에서 통한다는 설명이다.

밴드 사우스카니발
밴드 사우스카니발

[최소우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설명과 사우스카니발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의 뜻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실제로 이들은 로컬을 넘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강경환은 "어릴 때부터 일찍 공연자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꿈이 있다. 그 꿈은 월드 투어를 다니면서 객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보다는 다음 앨범이 좋을 거고, 그러다 언젠가는 그래미 어워드 월드뮤직 부분에 이름을 올릴 거라는, 아무도 믿지 않는 목표를 스스로 믿고 달리고 있어요. 우리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우스카니발 같은 지역 뮤지션들이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면 정당한 수익(을 돌려줄) 구조가 되어야 굳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천은 메탈도시, 청주는 하드코어 성지였고 부산은 본인들의 색깔이 강한 뮤지션들이 있었다"며 음원차트 폐지, 음원 수익 분배 방식의 변화, 서브컬처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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