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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을(乙) 직장인 공감송 '주라주라' 상사들 호평 얻은 비결은

송고시간2020-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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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윤경 인턴기자 =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지만 회사에서는 꺼내기 어려운 이 표현은 방송인 김신영의 부캐릭터 '둘째이모 김다비'가 발매한 트로트 곡 '주라주라' 가사 일부다.

김신영이 소속사 대표 송은이에게 바치는 이 곡은 직장 내 이른바 '을(乙)'의 입장을 잘 대변했다는 평을 얻었다.

따라부르기 쉬운 트로트 멜로디와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괜찮다 먼저 가라 말아주라', '화장했는데 아프냐고 묻냐', '간주 중에 멘트하지 말아라', '주라주라 법카(법인카드) 말고 개인카드' 등 직장인 심정을 잘 반영한 가사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요식업 아르바이트생 김모씨(22)는 "사장님이 '여기가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가게를 돌봐라'는 말을 더러 하는데 그럴 땐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며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슈퍼 을'의 마음을 다비이모가 대변해주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다비 둘째이모
김다비 둘째이모

[MBC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주라주라'를 접한 '갑'의 반응은 어떨까.

대기업 부장급 간부들은 경직된 조직 문화를 비꼰 가사가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트렌디한 가사에 시원함을 느꼈다'고 호평했다.

통신업계 대기업 A사 최송목(가명) 부장은 "'내 가족은 집에 있다'는 가사에서 '빵' 터졌다"며 "직원과 조직을 일체화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가 아주 새로운 게 아니어서 '요즘 젊은 애들 생각 왜 이래' 같은 느낌은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같은 기업 권재록(가명) 팀장은 "젊은 층이 자기 시간을 즐기는 '욜로'(YOLO·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현상을 가사에 잘 반영한 것 같다"며 "최근 트로트 열풍을 잘 접목한 위트있는 노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째이모 김다비가 송은이 대표에게 직접 '주라주라'를 불러주는 뮤직비디오 내용처럼 실제로 상사 앞에서 이 곡을 부르는 패러디 영상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울산광역시 울주군청 유튜브 페이지에는 '공무원 아재의 주라주라'란 영상이 올라왔다.

코로나19로 긴급군민지원금 배부 등 격무에 시달린 군청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홍보팀 직원들이 직속 상사 앞에서 춤을 추며 촬영한 영상이다.

일부 군청 간부도 직접 출연한 이 영상은 조회 수가 15만건에 육박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울주군청 홍보팀 정확석 주무관은 지난 10일 통화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군민지원금 지급 업무에 전 직원이 동원돼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다"며 "코로나19로 각종 업무에 시달렸을 직원들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군민들이 한 번이라도 웃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했다"고 밝혔다.

정 주무관은 "다소 딱딱한 것으로 생각되는 공무원 조직에서도 이런 영상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상을 보고 공무원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라거나 '세상이 변한 것 같다'는 댓글을 보며 뿌듯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라주라' 흥행 이유를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직장에서 외면받던 여성들이 겪는 내용이 있어 사회적 의미가 있고 가족을 빙자해 착취하고 일을 시키는 문화를 꼬집은 진지한 내용도 바람직하다"며 "직장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가사지만 불쾌하거나 무례하게 말하지 않는 둘째이모 김다비 캐릭터가 밀레니얼 세대의 정서를 건드렸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앞으로 스타 영향력에만 의존하는 '티켓파워'는 점차 줄어들고 펭수, 둘째이모 김다비처럼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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