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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사진 읽기] 제공 사진

송고시간2020-07-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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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면으로 쓰임새 늘어나…언론 비판 기능도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우리는 아침마다 신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스포츠 등 각각의 지면에 정리된 기사와 관련 사진을 통해 어제를 읽고 현재를 가늠하며 미래를 상상한다.

때로는 신문 지면의 사진이 글(기사)로 뒤덮인 벽면에 난 창문 같아 보인다.

이 창(프레임)을 통해 다양한 현실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개장한 물놀이장의 실외 파도 풀을 보고 여름이 왔음을 느낀다. 여성 골퍼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고 좋아하는 선수의 긴 슬럼프 탈출 기사를 읽는다. 제철 과일을 소개하는 대형 마트의 사진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킨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국산 시즌 과일 5종 모음전'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국산 시즌 과일 5종 모음전'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그런데 바이라인(기자·작가 등의 출처를 밝힌 줄)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진기자가 찍지 않은 사진들이 여러 개 보인다. 'KLPGA 제공', '00마트 제공', '00전자 제공' 등 다양한 출처의 제공 사진이 지면을 채운다.

특히 경제면에는 기업들이 제공한 홍보성 사진들이 제법 많다. 사회면에도 교통사고나 대형화재 등에 '독자 제공' 사진을 종종 보게 된다.

이렇듯 신문 지면에는 다양한 출처의 제공 사진이 쓰인다. 지금은 그 쓰임새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유가 뭘까.

먼저 신문 지면의 양적 팽창이 영향을 줬다. 주요 일간지들이 증면의 돌파구로 섹션지를 발행하기 시작한 건 뉴밀레니엄이 시작된 때부터다.

섹션이란 기사를 분야별로 분류해서 제작한 신문 지면을 가리킨다. 대개 하루 치 신문은 본지 외에 4∼8면 단위로 나누어진 섹션지로 이루어진다.

조선일보가 2000년 11월 1일 머니 섹션을 선보이면서 52면 체제로 전환해 증면 경쟁을 주도하고 나섰다. 뒤이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48면, 52면을 발행하며 경제 섹션을 신설했다.

벌써 20년 전 일이다. 그 뒤로 신문 산업이 호황과 침체를 겪었지만 지금도 발행되는 지면 수는 그때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의 일간지는 부동산, 출판, 건강, 교육 등의 다양한 섹션지를 요일별로 발행한다.

지면이 늘다 보니 기사의 양도 늘고 거기에 따르는 사진도 많이 필요했다. 각사의 한정된 사진기자들이 지면에 필요한 모든 사진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공 사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전에는 신문사 사진부가 통신사(연합뉴스)나 제공 사진 등 외부에서 공급되는 사진을 쓰는데 매우 인색하고 배타적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그들만의 자존심 지키기라 생각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렇게 판을 키운 신문사는 신문시장이 침체하자 지면을 줄이는 대신 수습기자 채용 등 충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신문사의 사진기자 수가 정체되거나 줄어들면서 그 많은 지면의 사진을 메꾸기가 힘들어졌다.

자연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기업의 신제품 소개 등의 사진은 제공 사진으로 대체됐다.

그렇다고 제공 사진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공처에서도 양질의 다양한 사진을 제공한다.

6월 8일 자 대부분의 일간지에 실린 김효주 선수의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우승 사진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제공한 사진이다.

찍은 사람은 협회에서 골프 경기만 전문적으로 찍어 온 베테랑 사진가다.

6월 7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김효주가 우승 확정 후 기뻐하고 있다.[KLPGA 제공]

6월 7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김효주가 우승 확정 후 기뻐하고 있다.[KLPGA 제공]

신문이 제공 사진을 많이 쓰는 것은 독이 든 사과를 베어 먹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보도사진에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한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만 극대화하려는 기업 홍보의 속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진부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제공 사진을 계륵(鷄肋)처럼 다루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wim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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