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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실검 총공·혈서 인증'…코로나 속 대학가 비대면 시위 물결

송고시간2020-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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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집회 대신 온라인 시위

"빠른 전파에 용이" vs "혈서 인증은 공감 얻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강다현 이건주 인턴기자 = '실검 총공(실시간검색어 총공격)', '전화 총공', '혈서 인증'.

최근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비대면 시위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온라인 강의와 시험 방식 등을 놓고 학교와 의견 대립이 심화되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대면 시위를 항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실시간 검색어 총공격 제안 글.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실시간 검색어 총공격 제안 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대학생들 잇단 온라인 시위…"코로나 전염 위험 피하고 주장 전달 용이"

20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일부 한양대 학생은 지난 12일 대면 시험과 학교 측 소통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고 실검 총공을 진행해 '한양대는 소통하라'라는 문구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렸다.

실검 총공은 알리고 싶은 특정 문구를 포털 검색란에 동시다발적으로 입력해 검색어 순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일부 성균관대 학생은 지난 13일과 15일 '성균관대는 소통하라', '성균관대는 부정행위 조치하라'는 문구를, 일부 고려대 학생은 15일 '고려대는 들어라'라는 문구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정해진 시간 동안 학교 본부나 교육부 등에 단체로 전화를 거는 이른바 전화 총공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학생들도 등장했다.

학습권 피해 해결을 위한 대학생 단체 '코로나대학생119'는 지난달 29일 교육부에 대학 등록금과 입학금 환불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전하기 위해 전화 민원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대학생들이 비대면 시위를 벌이는 것은 비정상적 강의에 대한 불만으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고 싶지만 등교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있어 많은 학생이 모이는 현장 집회를 개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전화와 검색어를 활용한 비대면 시위를 통해 대학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생 최재희(가명·20)씨는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어떤 문구를 실시간검색에 올릴지 투표를 진행하고 (검색어 입력) 시간도 정한다"며 "불특정 다수 학생이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공간에 모여 (주장을) 공론화하는 것이 총장실 점거나 대자보를 붙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코로나대학생119 유룻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부터 30분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에 단체로 전화를 걸어 미리 준비한 대본을 바탕으로 민원을 넣었다"며 "전화 시위를 통해 교육부 담당 공무원에 우리 의견이 직접 전달됐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혈서.
대학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혈서.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실시간 검색어만으로는 대학을 움직이기 어렵다며 혈서 인증처럼 과격한 비대면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앙대 익명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중앙대 소통하라' 등 혈서로 쓴 글이 3건 이상 게시됐다.

중앙대생 이유민(가명·25) 씨는 "비대면 시험 의무화 등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학교 측 의견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혈서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다"며 "혈서 등 강한 의사 표현에도 학교 측은 아무 반응이 없어 갈등이 더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대규모 인원 집결을 피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을 통한 검색어 시위 등 새로운 의견 표출 방식이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대학생 시위가 총장실 점거나 종이 대자보 부착을 통해 의견을 관철하려는 것이 대다수였다면, 코로나19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위 자체가 비난 대상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온라인을 이용한 의견 표출이 새로운 사회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부 대학생의 온라인 의견 표출에 정치계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학가 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위 형태가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혈서 인증 등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수 시사평론가는 "일반적으로 혈서 인증 문화는 다소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인식돼 다수의 공감을 얻거나 의미의 확장성을 지니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혈서를 써오라'라고 말하는 등 일부 학교가 시위 학생들을 농락하거나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절박한 반발 표시라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rkdekgus199@yna.co.kr

gunniest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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