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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한국은 돈 많으면 최고인 나라?" '황제'가 판친다

송고시간2020-06-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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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0RjMhglDI-8

(서울=연합뉴스) "저희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보는데요. '아픈 병사를 배려한다고 간부가 세탁물을 나누고 생수를 나르면서 배려했다'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복무 중 1인 생활관을 쓰며 이른바 '황제 복무' 논란에 휩싸인 공군 사병 A씨.

A 병사는 상관인 부사관에게 개인 빨래와 음료 배달 심부름을 시키고, 외출증 없이 근무지를 이탈하고, 심지어 부모가 생활관 샤워실 공사를 지시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는데요.

해당 내용은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서울 금천구의 공군 부대 소속 부사관이라고 밝힌 청원인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부모 재력 덕에 특혜를 누렸다는 '황제 복무' 논란은 많은 이들 입길에 오르며 공분을 샀습니다.

A 병사는 최영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아들로, 최 부회장은 구설이 확산하고 군이 수사에 나서자 지난 16일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습니다.

'황제'란 수식어는 한 분야 '최고 위치'란 긍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권위와 재력에 따른 부당한 특혜를 꼬집을 때도 곧잘 등장합니다. '골프 황제'와 '황제 골프'가 순서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뉘앙스로 사용되듯이요.

특히 이 단어는 각종 혐의를 받는 기업인들이 죗값을 치르면서도 특혜를 누릴 경우 어김없이 따라붙습니다.

과거 탈세로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2014년 벌금 납부 대신 일당 5억 원의 노역을 선택해 '황제 노역'이란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2018년에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병보석 상태에서 음주 등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보석'이란 뭇매를 맞았죠.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의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절규가 30여 년 흐른 지금까지 국민의 법 감정이 외면당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황제 소환',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의 '황제 도피' 등 이 단어가 쓰이는 유형은 갖가집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지는 '황제 논란'은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 간극이 클수록 파열음도 큽니다.

일례로 최저 시급 몇천 원(2020년에는 8천590원)인 소시민에게 '회장님'의 죗값 일당마저 억대란 사실은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이처럼 불공정과 불평등이 불러오는 상대적 박탈감, 그에 따른 분노는 국민적인 질타가 돼 사회 자정 기능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소수의 지배 계층, 특히 정치 세력, 재벌 세력들이 결합해 파워 엘리트들을 계속해서 재생산해놓은 사회"라며 "그들에게 불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신들(국민)이 집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굉장히 강한 특성이고 시민 사회의 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이런 특혜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까요?

권대도(69) 씨는 "정말 시민으로서 분노할 수 있는 일"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런 식의 사회생활을 한다든지, 특혜를 받는다든지 이렇게 되면 국민으로선 정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곽미라(38) 씨도 "(불공정한 특혜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 똑같은 시민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사는데 아직도 돈과 권력(의 힘)이 만연한 사회인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부모 혹은 자신의 재력과 권력으로 불공정한 특혜를 누리는 황제들.

"돈 많으면 가장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란 말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요.

이은정 기자 이성원 인턴기자 김혜빈 / 내레이션 이성원 인턴기자

[이래도 되나요] "한국은 돈 많으면 최고인 나라?" '황제'가 판친다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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