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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재포장 금지되면 '묶음할인'도 불가능해진다?(종합)

송고시간2020-06-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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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포장금지 가이드라인, '묶음할인 금지 정책'으로 보도돼

재포장 금지돼도 묶음할인 가능…적법 조치가 오해받은 측면 있어

진열된 묶음 할인 상품
진열된 묶음 할인 상품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정부의 재포장 규제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재포장 여부 판단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부의 '제품포장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공장에서 출시 판매 중인 제품을 할인 또는 판촉을 위해 여러 개를 묶어 전체를 감싸 '다시' 포장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묶음 상품. 2020.6.21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제품의 재포장을 금지하는 내용의 환경부 규칙이 내달 시행을 앞둔 가운데 "재포장이 금지되면 마트 등에서 실시하는 '묶음 할인'도 금지된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29일 개정돼 내달 1일 시행되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제품포장규칙) 11조는 '면적이 33㎡ 이상인 매장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예외로 고시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품을 재포장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의 시행을 앞둔 지난 18일 환경부는 '포장제품의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 가격 할인 등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와 ▲수송·보관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 창고형 매장에서 대량 판매하기 위한 경우 ▲ 고객이 선물 포장을 요구하는 경우 등을 '예외적 허가 사례'로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매체가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이 여러 제품을 한데 묶어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묶음 할인'을 금지하는 방안이라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격 할인 등 판촉을 위한 재포장은 원천적으로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업계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마케팅방법 중 하나인 묶음 할인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다.

◇재포장 금지로 묶음할인 자체가 금지된 건 아냐

묶음 할인이 금지됐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정부가 환경만 중시해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쏟아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재포장이 문제지 묶음 할인이 환경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거나 "재포장 금지를 구실로 마트 등 업체 욕심만 채워주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재포장금지 정책으로 묶음 할인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19일 보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끼워팔기 판촉을 하면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려는 것으로, 가격 할인 규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묶음 할인을 하면서 제품 여러 개를 묶어서 재포장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취지이지, 묶음 할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환경부의 보도해명은 재포장금지의 근거법령을 살펴보면 납득이 된다. 재포장금지의 근거법령은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절약법) 9조와 이를 근거로 재포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품포장규칙 11조다.

두 조항 모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제품의 재포장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제품의 할인판매와는 전혀 무관하다. 당연히 자원절약법과 제품포장규칙 다른 조항 어디에도 할인판매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환경부가 특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법령상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업무와 전혀 상관도 없는 묶음 할인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자원절약법과 제품포장규칙에 입각한 환경부의 적법한 권한 행사였기때문이다.

시행 앞둔 재포장금지법
시행 앞둔 재포장금지법

[연합뉴스 자료사진]

◇묶음할인, 재포장 외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

만약 '묶음 할인이 재포장의 방법으로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성립하면 '재포장금지로 인해 묶음 할인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식의 논리 전개는 가능하다. 즉 재포장 이외의 방법으로는 묶음 할인을 실시할 수 없다면 환경부의 재포장금지 정책은 의도치 않게 묶음 할인 금지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트 등에서 실제로 실시하는 묶음 할인 방식을 살펴본 결과 '묶음 할인이 재포장 방법으로만 가능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상당수 묶음 할인이 할인 대상 제품 여러 개를 한데 묶은 뒤 재포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종이 띠나 테이프 등으로 제품을 묶거나 아예 묶지 않은 제품 여러 개를 들고 오면 할인해주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존재했다.

수도권에서 대형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묶음 할인 제품은 고객이 편하게 들고 갈 수 있도록 한데 묶어 재포장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반드시 재포장 방식으로만 묶음 할인이 가능한 것도 아니라서 재포장금지로 묶음 할인도 금지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추가 의견수렴 위해 제도시행 내년 1월로 연기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재포장 금지가 묶음 할인 금지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감안,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기 위해 제도의 시행을 내달 1일에서 내년 1월로 늦추기로 했다.

제품포장규칙의 시행 시기는 예정대로 다음 달 1일로 하되, 법규 집행의 세부 기준이 되는 고시안과 가이드라인 등의 시행을 2021년 1월로 미룬다고 환경부는 22일 밝혔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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