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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집단 감염에 당국은 우왕좌왕…항만노동자들 "불안하다"

송고시간2020-06-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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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노동자 160명 대기실서 12시간 격리…"보건소 연락했지만 매뉴얼 없다고 해"

"언제 검사할지 몰라, 컨트롤 타워 없고 알아서 하라는 식"

부산항 입항 러 선박서 16명 확진
부산항 입항 러 선박서 16명 확진

(부산=연합뉴스) 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천401t). 이 배 선장 등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역 작업 등을 위해 이 화물선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원과 선박 수리공 등 160명가량이 접촉자로 분류돼 조합원 대기실에 긴급히 격리됐다. 2020.6.22 [독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ccho@yna.co.kr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된 뒤 관계 당국이 우왕좌왕하면서 이들 선원과 접촉한 항만 노동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황이 나타났다.

22일 부산검역소와 부산항운노조 등에 따르면 러시아 선박의 선장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날 오전이다.

항만노동자들은 오전 11시쯤 하역 중지 명령이 떨어진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국내 항만 노동자 34명이 해당 선박에 올라 하역 작업을 하는 상황이었다.

항운노조 한 관계자는 "작업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못해서 벗었고, 이동 중에는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마스크를 벗은 작업자들은 영하 25도 어창에서 작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이미 해당 선박 선원 21명을 접촉한 상태였다.

하지만 검역 당국은 러시아 선박 선원 21명을 대상으로만 검사 등의 조치를 하면서 항만 노동자에게는 철수 명령을 했다.

항운노조 한 관계자는 "내려온 조합원이 육상 조합원과 함께 조합 대기실로 갔고, 일부는 해당 선박 바로 옆에 정박해있던 러시아 선박 등 두 배를 오가며 작업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두 배를 합쳐 조합원은 124명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124명은 항운노조 지부 컨테이너 대기실 안에서 자체 격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음식을 공급한 이들까지 더해져 격리 인원은 160명까지 불어났다.

코로나19
코로나19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상황은 오후 9시쯤부터 심각하게 변했다.

오전에 검사했던 러시아 선박 선원 21명 중 16명이 확정 판정을 받으며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항운노조는 관계기관에 조치사항을 물으려 했지만, 답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검역 권한이 있는 서구 보건소 등에 먼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당직자만 근무하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항운노조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서구에서 이렇다 할 상황이 없어서 매뉴얼이 없다고 한다"면서 "이제야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조합원은 언제 검사를 받는지 매뉴얼도 컨트롤 타워도 없고, 기관 간 의사소통도 안 되는 것 같다"면서 "감천항 총 조합원 406명 중 160명이 2주간 격리될 수도 있는 비상 상황인데 당장 내일 작업에 투입돼야 하는지도 모르고, 임금 등은 지급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전했다.

항만노동자 160명의 대기는 12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3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보건 당국이 집단 감염 선원을 밀접 접촉한 항만 노동자들은 자가격리하도록 한 뒤 우선해 검사한다는 방침이고, 접촉자를 접촉한 3차 접촉자 등에 대해서는 귀가를 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ready@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LNwgDLZPB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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