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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바다세상Ⅱ](20) 항만검역 상징 40과 노란색…이런 뜻이!

송고시간2020-06-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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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 돌던 14세기 중세 때도 엄격했던 항만검역…섬에 40일 격리

우리말 검역 뜻하는 Quarantine, 40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서 유래

18세기 노란 깃발 '환자 있다' 의미…지금은 정반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다'

1411년 토겐부르크 성서에 그려진 흑사병 환자
1411년 토겐부르크 성서에 그려진 흑사병 환자

[위키피디아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격리 기간 입항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14세기 중세시대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든 흑사병(페스트)으로 주요 항구는 비상사태였다.

특단의 조치 없이는 대량 인명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

아드리아해에 접한 항구도시 라구사(Ragusa)도 예외는 아니었다.

라구사에서는 흑사병 등 전염병 발생지역에서 오는 모든 선박과 여행자들을 항구 인근 섬에서 30일간 격리했다.

당연히 해당 기간 환자가 안 생겨야 입항이 허락됐다.

라구사의 이런 조치는 황열과 매독이 유행할 때도 적용됐다.

그 기간은 30일에서 40일로 열흘 늘어났다.

여기서 격리 기간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 단어 'Quarantagiorni'가 오늘날 영어 단어 'Quarantine'의 어원이다.

'Quarantine은 우리말로 '검역'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檢疫'이라고 쓴다.

한자로 검역은 말 그대로 '돌림병을 검사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성경
성경

[촬영 안철수·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 중세시대 항만 검역에 유지됐던 격리 기간은 왜 40일일까.

기독교도가 많은 유럽에서 40일은 속죄와 정화의 의미를 가진 숫자다.

성서에도 40일에 관한 내용이 다수 있다.

대홍수 부분을 보면 40일 동안 폭우가 쏟아져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었다고 나온다.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40일간 머물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나서 십계명을 받았다.

예수는 세례를 받고 40일간 광야에서 단식했고, 부활 후 40일간 세상에 있다가 하늘로 향했다.

평신자들은 부활 전 40일을 사순절(四旬節)로 정해 속죄, 참회, 정화의 시간을 보낸다.

공교롭게도 현대 의학에서 급성병과 만성병을 나누는 기준 중 하나가 40일에 가까운 42일(6주)이다.

마르세유
마르세유

[하나투어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1383년 마르세유에서는 입항한 선박을 검역한 후 전염 의심이 있는 배, 승객, 화물을 40일간 억류해 깨끗한 공기와 햇빛 등 방법으로 소독하는 최초 검역소가 설치됐다.

이에 따라 인근 지역에는 보건사업 일환으로 격리시설이나 소독소를 구비한 감염병 격리체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검역 제도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더욱 발전해 공중보건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는다.

국제 교역 증가로 국가 간 전파되는 감염병 예방이 화두로 떠올라 국제 공조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851년 파리에서 제1차 국제위생회의가 열렸다.

지중해 연안 12개국 대표들이 참석해 콜레라, 페스트, 황열 등 예방과 치료를 논의했다.

1969년 제정된 국제보건규칙에서 콜레라, 페스트, 황열 등 감염병이 국제검역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는 콜레라, 페스트, 황열, 두창(천연두) 등 검역과 감염병 국내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1954년 2월 2일 법률 제307호로 검역법을 제정 공포했다.

검역이 의미하는 숫자가 40이라면, 검역을 상징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기류신호 L(위)과 Q(아래)
국제기류신호 L(위)과 Q(아래)

[부산해양경찰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18세기 검역 현장에는 노란 깃발(Yellow jack)이 등장했다.

선박에 노란 깃발이 걸리면 배에 환자가 있다는 것으로 접근을 금지하는 의미로 쓰였다.

현재는 정반대로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노란 깃발은 오늘날 전 세계에 통용되는 국제기준인 기류신호(Flag Signaling·旗類信號)에 포함돼 있다.

기류신호는 알파벳 26개, 숫자 10개, 대표기 3개, 응답기 1개 등 40개로 이뤄져 있다.

검역과 관련된 기류신호는 알파벳 26개 중 'L'(Lima)과 'Q'(Quebec)다.

L은 두 가지 의미로 나뉘는데 항구에서는 '검역 완료', 바다에서 항해 중에는 '즉시 정지'를 각각 의미한다.

Q는 '본선은 건강하다. 입항 허가 바란다'는 뜻이다.

18세기 선박에 등장한 노란 깃발은 비행기에서도 이어진다.

비행기 승객들은 입출국 시 '건강 상태 질문서'에 해당 사항을 직접 기록해 검역 당국에 제출하게 된다.

이 건강 상태 질문서 색깔은 다름 아닌 노란색이다.

인천공항에 비치된 건강 상태 질문서
인천공항에 비치된 건강 상태 질문서

[촬영 서명곤·재판매 및 DB 금지]

[참고문헌]

1.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History of Quarantine' (https://www.cdc.gov/quarantine/historyquarantine.html)

2.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검역 정보 (https://nqs.cdc.go.kr/nqs/quaInfo.do?gubun=history)

3. 위키피디아 'Quarantine' (https://en.wikipedia.org/wiki/Quarantine)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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