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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벼슬 받았다는 속리산 '정이품송'…정말일까?

송고시간2020-06-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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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계 받은 기록 없고 전설 전해지다 보은군지에 담겨

수령 600년도 의견분분…문화재청 "확인 필요 못느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 보은 속리산 초입을 지키고 있는 정이품송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는 소나무다.

정이품송
정이품송

[연합뉴스 DB]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단일 소나무 34그루 중 수령이 600년 이상인 7그루에 속할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벼슬을 받은 나무로 알려져서다.

오랜 투병생활 속에 태풍·폭설에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도 겪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수세를 회복해 속리산의 상징으로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정이품송은 1464년 보은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가 "연(輦, 임금이 타는 가마) 걸린다"고 하자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고, 이를 가상히 여긴 세조가 정이품의 벼슬을 하사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정이품송은 '연걸이 소나무'로도 불린다.

정이품은 판서에 해당하는 품계로, 지금의 장관급이다.

그러나 세조가 이 소나무에 정이품 품계를 내렸다는 내용은 조선시대 실록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보은군이 펴낸 군지(郡誌)에는 담겨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전설로 내려왔을 뿐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도 "정이품송 전설은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조실록에도 '거가(가마)가 보은현 동평을 지나 저녁에 병풍송(屛風松·정이품송으로 추정)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정이품송에 얽힌 이야기는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품계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조선시대 문인이자 1628년 충청감사를 지낸 정문익(1571∼1639년)의 한시 '차연송'(車輦松)에서 세조와 정이품송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단초가 있다.

이 한시는 정이품송의 늠름한 자태를 묘사한 것인데,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지만 제목에 임금의 가마를 뜻하는 '연'이 포함돼 있다.

정이품송의 전설이 1600년대에도 존재했음을 추측할 수 있는 기록이다.

정이품송의 수령에 대한 시각도 여럿 있다.

문화재청은 1962년 정이품송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당시 수령을 600살로 봤는데, 이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정이품송을 언제 심었다는 기록 역시 없다"며 "다른 천연기념물의 수령도 마찬가지지만 마을에서 전해오는 전설을 토대로 추정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무에 구멍을 뚫어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수령이 오래됐다고 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도 아닌 만큼 정밀측정 필요성을 느끼진 못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어림잡아도 800살 이상 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은군 관계자는 "세조 때 가마가 나무 밑을 지나가고 비를 피할 정도로 소나무가 컸다면 수령에 족히 200년을 더해도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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