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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이 시국에…세금으로 6억짜리 '발광' 화장실 짓는다고?

송고시간2020-06-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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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Bqa5IjCb48

(서울=연합뉴스) '예술성 뿜뿜', '자체 발광'.

조명이 투과하는 인조대리석, 호화로운 이 건물!

지난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출품작 '루미넌트 하우스'입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의정부시는 예산 6억원을 들여 이를 모델로 한 공공 화장실(109㎡ 규모)을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건립한다고 밝혔는데요. 당초 지난해 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가 특수 디자인을 접목하며 올해 2억원을 추가했습니다.

논란이 된 것은 정의당 의정부시위원회가 지적했듯이 화장실 3.3㎡(1평)당 약 2천만 원이 투입되는 수억 원대 예산입니다.

인근 고급 아파트인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포레'와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각각 1천325만 원, 약 1천500만 원에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고가의 공사비입니다.

이 화장실에는 장애인 전용 1칸씩을 포함해 남녀 5칸씩 총 10칸이 만들어질 예정인데요. 디자인 비용을 차치하고 '단순 계산'할 경우 한 칸당 예산이 6천만원. 5천만~6천만원 하는 수입차(벤츠 C220d) 한 댓값입니다.

SNS 등 온라인에서 '발광 화장실'이라며 조롱 섞인 비난이 쏟아진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전국적인 불황. 서민 복지와 지역 경제에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할 시점이라 세금 낭비란 지적이 자연스레 따라왔습니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시민들 민원에 따른 설치"라며 해당 공원 등에 기념 조형물이 많아 어울리는 건축물로 설계하고 CCTV와 안심벨 설치 등 안전지대 개념도 적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6억은 책정된 예산일 뿐 "실제 비용은 그보다 적게 쓰일 수 있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공 조형물로 불거진 지자체의 세금 낭비 논란, 비단 의정부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경북 군위군 의흥면에 있는 이 조형물 역시 공중화장실입니다.

대추 모양을 본떠 만든 '대추 화장실'은 약 7억 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이용객마저 드물어 지역 주민들 반발을 샀습니다.

충북 괴산군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5억 원짜리 가마솥도 실제 쓰임새가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또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인근 대로변 '흥겨운 우리 가락' 조형물은 '저승사자'로 불리다 결국 창고에 보관됐는데요. 이 작품 등 총 6개 조형물 설치에 들어간 비용은 11억 원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인천시의 새우타워(사업비 10억 원)가 건립 중이며 충남 보령시 갈매기(5억2천만 원), 충남 청양군 황금복 거북(3억 원) 등 막대한 예산이 쓰인 조형물은 다수입니다.

일부에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철거나 이전 비용이 막대해 흉물이 된 조형물도 있습니다.

추진 단계에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사업이 중단되기도 합니다. 전남 신안군이 1년 전 약 110억 원을 들여 제작하려던 황금 바둑판 조형물이 대표적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세워진 공공 조형물은 6천287점, 추정 금액은 1조1천254억원입니다.

권익위는 무분별한 건립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관리 부실로 흉물이 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 2014년 지자체별 공공 조형물 건립 및 관리 조례를 마련토록 해 주민 의견 수렴, 전문가 심의위원회 구성, 사후 전문 관리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는데요.

조광현 권익위 사무관은 "지난해 7월 이행 실적 점검 결과 전체 243개 지자체 중 97개만 이행을 완료했고, 나머지 중 41개는 일부 이행, 105개 지자체는 아예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의 전시 행정이란 비판에도 지자체의 조형물 사랑은 마를 줄 모릅니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업적을 위해 경쟁적으로 이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과학대학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랜드마크가 되려면 그 도시에 적합한 공공조형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충분한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탁상행정식으로 정치적 의도나 상업적 목적에서 세우니 문제"라며 "주민들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아 방치하고 관리가 잘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건 겉만 번지르르한, '억' 소리 나는 조형물이 아닙니다.

세금으로 거액의 예산이 투입될수록 시민들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반영돼야 합니다.

그런 작품이 시민의 자랑이 되고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지 않을까요?

이은정 기자 김혜빈 이성원 인턴기자 / 내레이션 이성원 인턴기자

[이래도 되나요] 이 시국에…세금으로 6억짜리 '발광' 화장실 짓는다고?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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