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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취약계층 위한 집수리 해결사 '매직핸즈 봉사단'

송고시간2020-06-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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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은퇴자·주부 등으로 구성돼 봉사, 방충망·장판 교체 등 간단한 집 보수·수리

올해 시 자원봉사센터 우수 프로그램 선정…"은퇴 후 봉사하니 참 보람차고 기분 좋다"

방충망 교체하는 매직핸즈 봉사단
방충망 교체하는 매직핸즈 봉사단

[촬영 김용태]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7일 오후 울산시 동구 방어동 한 다세대주택 앞에 마스크를 쓴 남녀 9명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울산 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매직핸즈 집수리 봉사단' 단원들이다.

이 봉사단은 직장에서 퇴직한 60∼70대 은퇴자와 가정주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단원들이 모인 이유는 한 달에 한 번씩 전개하고 있는 봉사단의 주 프로그램인 '러브하우스 토탈 케어'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주로 취약계층을 위해 오래된 방충망이나 찢어진 장판·벽지 교체, 형광등 갈기 등 간단한 집안 보수·수리를 돕는 것이다.

봉사단 연령대는 다소 높지만 오랜 활동 경험으로 모두 전문가급 실력을 자랑한다.

단원들은 봉사단 이름이 적힌 형광 조끼를 입은 후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작업은 오래돼 낡은 방충망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이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몇몇 단원들이 대상자 집으로 올라가 창문을 모두 빼내어 건물 밖으로 들고 내려왔다.

집 안에서는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넓은 바깥에서 작업한다.

방충망 교체하는 매직핸즈 봉사단
방충망 교체하는 매직핸즈 봉사단

[촬영 김용태]

본격적인 방충망 교체 작업은 낡은 방충망을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 단원이 커터칼을 이용해 테두리를 쓱쓱 긋자 금세 방충망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방충망을 고정하고 있던 고무 패킹을 빼냈다.

그사이 다른 단원은 새 방충망 그물을 창문 크기에 맞게 신중히 잘랐다.

새로 자른 그물은 다시 창문에 놓고 새 고무 패킹을 끼워 고정했다.

두 명이 그물을 잡고, 한 명이 고무 패킹을 끼우는 작업이 손발이 척척 맞는 듯 보였다.

단원들은 "여기 (그물이) 많이 울었네",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돼"라고 서로 의논하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물이 울지 않고 한 번에 깔끔하게 교체되자 한 단원은 "우리 실력이 A급이지 않으냐"며 "봉사 많이 다니며 터득한 기술"이라고 자랑하며 웃었다.

단원들은 방충망 5개를 교체한 뒤 다시 원래 위치에 창문을 끼워 넣었다.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이었다.

작업을 마친 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단원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단원 이정섭(71)씨는 "은퇴 후 집에서 할 일 없이 지내느니 차라리 남는 시간에 남을 돕자고 생각해 2년 전부터 봉사단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봉사하면 참 보람차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회장을 맡은 임영철(69)씨도 "조선소 크레인 신호수로 일하다 5년 전 정년퇴직한 뒤 집에서 놀다 보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며 "아내 추천으로 봉사단에 가입해 활동했는데 어쩌다 보니 총무에 이어 지금은 2년째 회장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방충망 교체하는 매직핸즈 봉사단
방충망 교체하는 매직핸즈 봉사단

[촬영 김용태]

2016년 6월 동구자원봉사센터가 참여자들을 모집해 창단한 봉사단에는 현재 30명이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창단 뒤 1년에 한 번씩 단원들을 모집하면서 센터 대표 봉사단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는 집 청소 봉사로 산발적으로 운영됐으나, 올해부터 집수리 봉사단으로 전문화해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은 한 달에 1∼2차례 활동해 올해 20가구 이상 집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봉사 대상 가구는 주로 동구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등을 위주로 추천받아 선정한다.

또 서류상으로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사회복지시설이나 이웃 추천을 받아 사각지대에 있는 가구를 발굴해 돕기도 한다.

대상 가구를 추천받으면 센터에서 먼저 방문해 봉사단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추후 봉사단이 집수리한다.

센터에서는 단원들에게 별도의 금전 지원을 하지 않고 집수리에 드는 재료비로 예산 600만원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는 시 자원봉사센터에서 하는 우수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돼 일부 금액을 지원받기도 했다.

창문 옮기는 매직핸즈 봉사단
창문 옮기는 매직핸즈 봉사단

[촬영 김용태]

다만 센터에서 재료비만 지원하다 보니 재료나 장비 운반 등에 필수적인 차량이 없어 활동에 다소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단원들 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임 회장은 "재료나 장비 중에 일반 승용차에 싣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며 "일전에 구청에 1t 화물차를 한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소식은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봉사단은 앞으로 대상 가구별 맞춤형 봉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28일 동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한 곳에서 칼갈이나 손 마사지를 해 드리는 등 여러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올해부터는 대상 가구 맞춤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상 가구와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는 부분이 좋고, 단원들도 이전보다 더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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