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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만질 수도 없는 남아공 '시각장애' 이주민들

송고시간2020-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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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우려에 터치 못해 방향감각 잃어…하던 구걸조차 힘들어

짐바브웨에서 남아공에 이주한 시각장애인 제트로 고네세씨가 지난 22일 걷고 있다.
짐바브웨에서 남아공에 이주한 시각장애인 제트로 고네세씨가 지난 22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주한 시각장애 이주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에 평소 감각 역할을 해주던 손 접촉을 할 수 없어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이들은 이주민 신분으로 일자리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거리에서 구걸할 수밖에 없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걸인과 마주하는 것도 꺼리는 사람들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시각을 잃은 제트로 고네세(60)는 짐바브웨 이주민 출신이다.

그는 3월 말부터 시행된 봉쇄령 때문에 요하네스버그 도심의 낡은 건물에서 다른 시각 장애인과 조그만 방을 같이 쓰고 있다.

시각장애인 고네세씨의 방
시각장애인 고네세씨의 방

[AFP=연합뉴스]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하고 표면 접촉을 꺼리는 '신세계'에서 시각 장애인들은 그들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고네세는 "터치는 우리가 여왕 감각이라고 부른다"면서 "터치를 통해 대부분 사물을 인식하고 분별한다. 표면의 질감, 당신의 피부 또는 당신의 손 등을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건 우리 생활에 매우 핵심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네세가 사는 건물에는 200명 남짓 있지만 누구도 손 세정제나 얼굴 마스크를 살 여유가 없다. 대부분은 고네세처럼 장애가 있는 이주민 가족들로 거리에서 구걸로 연명한다.

엄격한 봉쇄령 조치와 바이러스에 대한 취약성 때문에 시각장애지만 빵을 구해야 하는 이들은 집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고네세는 "우리가 악수하거나 표면을 터치하는 것은 감염 우려 때문에 위험하다"면서 "우리가 사물 접촉을 꺼리다 보니 의사소통이 정말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몇 번 외출했다가 봉쇄령을 시행하는 경찰에 쫓겨 들어왔다.

역시 짐바브웨에서 2007년 이주한 에녹 무칸하이리(57)도 같은 시각장애인 아내 안젤리네 타지라(50), 네 명의 큰아이들과 함께 이곳 어두운 통로 안쪽의 침실 2개가 있는 아파트에서 산다.

지난 22일 시각장애인 에녹 무칸하이리(57)씨의 모습
지난 22일 시각장애인 에녹 무칸하이리(57)씨의 모습

[AFP=연합뉴스]

그는 5월 초부터 록다운이 점차 완화돼 이전에 하던대로 다시 구걸에 나섰지만 어려움에 봉착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말하고 서로 거리를 두는 통에 동냥도 쉽지 않게 됐다.

무칸하이리는 "때로 마스크를 쓰고 말하면 목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없다"면서 "이전에 우리가 익숙한 목소리를 내지 않아 사람들을 빨리 알아보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신호등 옆에 서 있으면 차창을 내리는 운전자도 더 줄었다고 전했다.

그나마 동전을 건네는 이도 서둘러 하고,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같은 짐바브웨 이주민 출신으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포럼'이란 자선단체의 자원봉사자인 시와치 마브하이레는 "시각장애인들은 여느 사람과 다르다. 나만 해도 봉쇄령에도 밖에 나갔다 문제를 피해 돌아올 수 있지만, 그들은 그 누구보다 봉쇄령을 잘 지키고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무칸하이리씨와 역시 시각장애인 부인 타지라(우)씨
무칸하이리씨와 역시 시각장애인 부인 타지라(우)씨

[AFP=연합뉴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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