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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잇따른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제도 취지 살리되 남용은 경계해야

송고시간2020-06-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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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외부 인사들이 참여해 기소 여부 의견을 내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에 대한 공방이 한창 오가는 가운데 검·언 유착 의혹 사건도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이 났다.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는 29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채널A 이모 전 기자에게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소집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이 전 기자가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며 낸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진정도 인용됨에 따라 한 사건을 두고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이 한꺼번에 열리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 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 의견이 나온 직후부터 수사심의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 일선 검찰청에 소집 신청이 급증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수사심의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시절인 2018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의 심의를 목적으로 도입돼 이 부회장 사건 이전까지는 2년여 동안 불과 8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검찰의 편의주의적 기소권 남용 견제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긴 하지만 자칫하면 여론을 등에 업고 수사 결과를 뒤집거나 검찰을 압박하는 데 역으로 남용될 소지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봐주기 수사'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 사건 논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수사심의위 제도는 보완할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부회장 불기소 권고를 두고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법원의 공개재판을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고, 경제개혁연대는 대규모 경제 범죄나 기업 비리를 회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논평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주식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부정회계 의혹 등 내용이 전문적이고 복잡해 애초에 수사심의위 안건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의 정예 수사팀이 1년에 걸친 수사를 통해 A4용지 20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수사 성과물을 내놨으나 수사심의위는 50쪽으로 압축한 의견서를 토대로 불기소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심의 일정도 빠듯해 불과 9시간 만에 당일치기로 결론을 냈다. 심의에 참석한 위원 중에는 이번 사건의 큰 줄기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불법성이 없다고 주장해 온 교수도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담당 판사가 기본적 사실관계의 소명을 인정하며 재판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한 것이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뇌물을 추가로 인정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기소독점 폐해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수사심의 제도가 예상치 못했던 문제에 막혀 그 취지를 잃어버리거나 좌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심의 자체가 부적절한 사건의 소집 신청이 쇄도하면 주객이 전도돼 엄정해야 할 검찰 수사가 여론전에 묻혀 버릴 수도 있어서다. 속속 드러나는 문제점을 토대로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전반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150∼250명 규모의 심의위원들이 기득권층 이해를 대변하는 인사들로 채워지지 않도록 인선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구성에 신경 써야 한다. 심의위원 중 사건을 심의하는 현안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인사를 걸러낼 수 있도록 회피·기피 조항을 세밀히 가다듬는 노력도 필요하다. 충실한 심의를 위해 충분한 심의 시간을 보장하고 권고 내용에 대한 시비를 줄이려면 심의 사유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인권 보장을 위해 검찰권 행사가 적법하고 신중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론재판에 막혀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 마땅한 사건을 법정에 세우지도 못 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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