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일본, 명분도 실익도 없는 수출규제 결자해지해야

송고시간2020-06-30 13:19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핵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 지 30일로 1년이 지났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글로벌 경쟁력 핵심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급소를 찌르면 우리 정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속셈이 깔려 있었겠지만, 다행히 이들 핵심 소재에 대한 수급 차질은 생각처럼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지원과 해당 업체의 공급처 다변화 노력이 어우러지며 우리의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의 수출규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어 풀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지난 1년간 한일 양국에 적잖은 변화를 초래했다. 굳이 득실을 따지자면 한국에 타격을 주려고 보복 카드를 꺼내든 일본 쪽의 피해가 컸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은 맞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 한건의 생산 차질도 없었고, 오히려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각종 관련 지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진쎄미켐, 솔브레인홀딩스 등 우리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주가는 1년 전보다 배 이상 뛰었다. 반면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고순도불화 수소를 생산하는 스텔라화학, 쇼와덴코 등 일본 기업은 대형 수요처를 잃으며 매출이 줄고 1년 새 주가는 20% 안팎 떨어졌다. 무리한 수출규제 여파로 한국에서 일제 불매운동이 펼쳐지면서 일본산 자동차, 맥주, 골프채, 화장품, 의류 등의 수출이 급전직하로 고꾸라졌다. 급기야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16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유니클로와 같은 계열의 패션 브랜드 지유(GU)도 다음 달쯤에 영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은 6.9% 줄어든 반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은 12.9% 감소한 것이 양국의 득실 표를 잘 대변한다. 그렇더라도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밀접한 이웃 국가가 협력하며 효율적 분업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양국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대법원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을 대화로 풀고자 하는 양국 정부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의미 있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오히려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 등 4개국을 넣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일본 정부가 '한국 참여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했다고 한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한국의 외교적 입장이 G7과는 다르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일한 G7 참가국이라는 외교적 우위를 지키려는 의도가 깔린 게 분명하다. 일본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입후보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수출규제를 강력히 규탄하고 WTO 제소를 주도했다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 안에서도 일본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 자산에 대한 현금화'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압류명령 공시송달 결정으로 8월 4일부터는 포스코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합작사인 피엔알(PNR)의 자산압류가 가능해진다. 일본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현금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일본제철 자산압류와 현금화가 이루어지면 기존의 수출규제 이외에 '두 자릿수'의 추가 보복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갈등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형국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어떤 명분이나 실익도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역사·외교 문제를 경제와 분리 대응해왔던 관례를 깨고 경제 보복 카드로 사용한 일본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제무대에서도 이웃 국가로서 서로 협력하며 상호 이익을 증대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벌여놓고 아무런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는 일본 정부에 반성과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