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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국왕, 민주콩고 식민통치 과거에 "유감" 표명

송고시간2020-06-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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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왕으로서 처음…"폭력과 잔학행위 있었고, 고통과 굴욕 야기했다"

벨기에 필리프 국왕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벨기에 필리프 국왕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벨기에 역사상 처음으로 현 국왕이 30일(현지시간) 과거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식민 통치 시기 자행된 폭력과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AP, AFP 통신이 전했다.

벨기에 필리프 국왕은 이날 민주콩고 독립 60주년을 맞아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는 과거의 상처에 대해 나의 깊은 유감을 표하고 싶다. 그 고통은 오늘날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로 인해 되살아났다"라고 밝혔다.

필리프 국왕의 유감 표명은 최근 벨기에의 과거 식민 통치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미국 백인 경찰관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면서 벨기에에서는 과거 민주콩고에서 잔혹한 식민 통치를 했던 옛 국왕 레오폴드 2세의 동상 훼손이 잇따르고 철거 요구가 나온 바 있다.

레오폴드 2세는 1800년대 말 지금의 민주콩고를 그의 개인 소유지로 선언하고 잔혹한 식민 통치를 하며 학살을 자행해 '콩고의 학살자'라는 악명을 얻은 벨기에 국왕이다.

'가혹한 식민통치' 훼손 당한 벨기에 국왕 동상
'가혹한 식민통치' 훼손 당한 벨기에 국왕 동상

(안트베르펜 EPA=연합뉴스)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에 있는 국왕 레오폴드 2세(1835-1909)의 동상이 지난 5일(현지시간) 불에 그을리고 붉은 페인트로 훼손돼 있다. 벨기에 국내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반인종차별 시위를 계기로 레오폴드 2세가 재위 시절에 옛 식민지였던 콩고에서 자행한 학살을 문제삼아 전국에 있는 그의 모든 동상을 철거하라는 2건의 청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jsmoon@yna.co.kr

레오폴드 2세의 식민 통치 시기이던 1885년부터 1908년 사이 수백만 명의 콩고인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100만명에서 많게는 1천500만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레오폴드 2세는 이후 민주콩고에 대한 지배권을 벨기에 정부에 넘겼으며, 이후 식민 통치가 계속되다가 민주콩고는 1960년 6월 30일 독립했다.

필리프 국왕은 레오폴드 2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그 통치 시기 "폭력과 잔학 행위가 저질러졌고, 이는 우리의 집단기억에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이후 식민지 시기(1908-60년)도 고통과 굴욕을 야기했다"라고 말했다.

필리프 국왕은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싸울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한 숙고를 격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겐트에서는 지역 당국의 결정에 따라 레오폴드 2세의 흉상이 철거될 예정이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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