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천병혁의 야구세상] 실패없는 외국인 감독들, 말 안 통해도 마음 통했다

송고시간2020-07-21 06: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적극적인 소통과 선입견 없는 선수 평가로 동기 부여

로이스터·힐만·윌리엄스 감독 모두 '5할 승률' 돌파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1982년 출범한 국내 프로야구에서 지난해까지 38년 동안 잠시라도 지휘봉을 잡고 경기를 치른 지도자는 총 82명이다.

이중 정식 감독은 59명이고 감독 대행이 23명이었다.

대행 중에는 지난해 KIA 타이거즈의 박흥식 감독 대행처럼 무려 100게임이나 팀을 이끈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1∼2경기에서 10게임 안팎으로 팀을 맡았다.

그럼 59명의 정식 감독 중 페넌트레이스 '승률 5할'을 넘긴 감독은 몇 명이나 될까?

2019시즌 딱 승률 5할을 기록한 이강철 kt wiz 감독을 비롯해 23명에 불과하다.

전체 감독 중 39%로 열 명 중 네 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나 차지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을 각각 4강과 결승으로 이끈 김인식 전 감독도 통산 성적이 978승 1천33패 45무로 승률 0.486에 그친다.

'승률 5할' 감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한국 야구에 발을 디딘 외국인 감독들은 모두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제리 로이스터(오른쪽)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제리 로이스터(오른쪽)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먼저 KBO리그에 진출한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2008∼2010년)은 3년간 204승 185패 3무로 승률 0.524를 기록했다.

로이스터 이전 롯데의 팀 성적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개 구단 체제에서 '8-8-8-8-5-7-7'위를 기록하며 팀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였다.

'노 피어(No Fear)'를 외쳤던 로이스터 감독은 그런 롯데를 이끌고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매번 가을야구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로이스터 이전 7년간의 롯데와 비교하면 괄목상대한 성적이다.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2017∼2018년)은 KBO리그에서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외국인 지도자다.

2년간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153승 133패 2무, 승률 0.535로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김성근 감독 시절 우승 왕조를 구축했던 SK는 2013년 이후 중하위권에 머물렀으나 힐만 감독을 통해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맷 윌리엄스 감독을 영입한 KIA도 기대 이상을 성적을 거두고 있다.

KIA는 개막을 앞두고 대다수 전문가가 하위 팀으로 분류했지만, 페넌트레이스 일정의 44.4%를 소화한 20일 현재 33승 29패, 승률 0.532로 5위에 올랐다.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에 2연패를 당해 한 계단 밀려났으나 승패 득실차가 '+4'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입을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지도 중인 윌리엄스 감독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지도 중인 윌리엄스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야구에 처음 뛰어든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들이 한결같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KIA와 SK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들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 뛰어난 소통력과 ▲ 객관적인 선수 평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외국인 감독은 선수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중시한다.

KIA 관계자는 "윌리엄스 감독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늘 선수들과 직접 대화하려고 한다"라며 "감독실 문이 항상 열려 있는데 이제는 선수들이 지나가면서 짧은 인사나 단어 한마디라도 하려고 하는 게 바뀐 풍경"이라고 전했다.

SK 구단 관계자는 "최근 국내 감독들은 예전 감독들과 달리 권위 의식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선수단 분위기는 경직됐다고 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힐만 감독은 국내 선수들과 세대 차이나 문화적 차이가 없다는 듯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선수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점도 외국인 감독들의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함평구장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부터 참가한 윌리엄스 감독은 올 2월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도 비교적 많은 54명을 데려가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점검했다.

감독이 백지상태에서 객관적인 실력을 평가해 출전 명단을 작성하니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적극적인 소통력과 선입견 없는 평가를 앞세운 윌리엄스 감독도 무탈하게 성공한다면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을 찾는 구단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shoeless@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