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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손가위 하나로 노인에 젊음을…전주 청춘 이발사 신별룡씨

송고시간2020-07-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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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용 봉사단체 헤어나눔공작소서 활동…75세 최고령에도 가장 열정적

"아직 손목·허리 튼튼…청춘 이발사 별오빠로 더 많은 사람 만났으면"

전주의 청춘 이발사 신별룡씨
전주의 청춘 이발사 신별룡씨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환한 조명과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거울. 헤어드라이어와 미용가위.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미용실 한쪽에 특별한 손팻말이 걸려 있다.

'청춘 이발사 별 오빠'

미용가위 하나로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신별룡(75)씨의 자리다.

헤어나눔공작소가 신씨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좌석이다.

2005년 한사랑봉사단으로 시작해 2년여 전 이름을 바꾼 헤어나눔공작소는 전북의 대표적인 이·미용 봉사단체다.

신씨는 500여명의 회원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가장 열정적이기도 하다.

그는 오후 1시 반부터 미용실을 찾는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머리 손질을 책임진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단돈 3천원이면 신씨의 손놀림으로 말끔하게 변신이 가능하다.

오전에는 요양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미용실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다듬어 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미용실에서만 봉사활동을 한다.

신씨는 "오전 봉사활동이 중단된 지 벌써 3∼4개월이 됐다"며 "그분들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을 텐데…"하며 걱정했다.

그가 요양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만나는 이들은 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누워있는 상태에 있는 분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할 때도 허다하다.

그럴 때면 신씨 또한 허리를 구부리며 불편한 자세로 가위질을 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1∼2시간 정도 요양병원 환자나 장애인 등의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나면 옷이 땀으로 흠뻑 젖기도 하지만 그는 "전혀 힘들지 않다"며 활짝 웃는다.

"가위질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보람돼요. 머리 손질을 받은 뒤 영정사진을 찍으러 간 분이 계셨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씁쓸하면서도 도움이 돼 다행이다 싶어요"

이발봉사하는 신별룡 씨
이발봉사하는 신별룡 씨

[신별룡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씨가 헤어나눔공작소에 처음 발을 들인 건 지난해 1월쯤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단체에 가입하게 됐다.

젊었을 때 잠깐 이용 기술을 배운 적 있었지만 이불 장사나 석공 일을 하며 이발기(속칭 바리깡)를 손에서 놓은 지 이미 오래였다.

오랜만에 이발기와 가위를 든 신씨는 봉사단에서 차근차근 다시 기술을 배웠다.

이제는 신씨가 제자를 양성할 정도로 무르익었다.

신입 단원들이 비뚤비뚤하게 머리카락을 자르면 신씨가 길이를 다듬어 멋지게 마무리한다.

신씨는 "제자라고 하면 조금 쑥스럽다. 배운 걸 다시 알려줬을 뿐"이라며 "이발기를 오랜만에 잡았을 때 머리카락을 잘 자를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금방 습득돼 다행"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전주의 청춘 이발사 신별룡 씨
전주의 청춘 이발사 신별룡 씨

[촬영 나보배]

헤어나눔공작소 미용실이 현재 위치인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으로 옮긴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탓에 아직 하루에 3∼4명 만이 미용실을 찾는다.

손님들이 오지 않을 때면 신씨는 휴대전화로 이·미용 영상 강의를 보며 기술 습득에 열을 올린다.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머리 손질을 대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신씨는 "믿고 맡긴 사람들이 만족하도록 세심하게 머리 손질을 하고 싶다"며 선한 미소를 내비쳤다.

이제 신씨의 바람은 딱 하나. 지금처럼 몸이 건강해 오랫동안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손질하는 기술을 새롭게 배우면서 단체의 젊은 단원들과 어울리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고 보람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손목도 허리도 튼튼해요. 지금처럼 건강해서 청춘 이발사 별오빠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칠순을 훌쩍 넘긴 '젊은 오빠'의 건강하고 멋진 바람이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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