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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징그럽고 소름 돋아"…도심 출몰 매미나방 혐오 확산

송고시간2020-07-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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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공원마다 송충이·나방떼 다닥다닥…재난영화 보는 듯

접촉시 피부병 등 유발…포충기·페로몬 트랩으로 감당 안 돼

(전국종합=연합뉴스) "어휴,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네요. 이건 완전히 벌레 양식장 수준입니다"

돌발해충 '매미나방' 유충
돌발해충 '매미나방' 유충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에 사는 A씨는 20년째 산행을 즐기지만, 올해 같은 풍경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즐겨 찾은 석모도 해명산에는 나무마다 송충이 모양인 손가락 굵기의 매미나방 유충이 잔뜩 붙어있다.

유충 떼를 발견한 등산객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경우도 흔하다.

A씨는 "나무에 잔뜩 붙은 매미나방 유충들 때문에 소름이 끼쳐 산을 찾는 게 꺼려졌다"고 하소연했다.

충북 제천은 우화(羽化)한 매미나방 성충의 습격을 받았다.

도심 공원 산책로 철제기둥 등에 하얀 징그럽게 생긴 매미나방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다.

살충제를 뿌리고 나방과 알집을 일일이 떼어내 불로 태워보지만, 그때뿐이다.

다음 날이면 또다시 날아든 매미나방 떼로 인해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

제천 시민공원 철제 기둥에 달라붙은 매미나방과 매미나방 알집
제천 시민공원 철제 기둥에 달라붙은 매미나방과 매미나방 알집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민 B씨는 "볼 때마다 아주 징그럽고 혐오스럽다"며 "여기저기 날아다니기 때문에 몸에 닿을까 봐 주변을 걸을 수 없다"고 난감해했다.

이처럼 국내 중북부를 중심으로 돌발해충인 매미나방이 대거 출몰해 주민 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유충·성충 할 것 없이 재난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떼지어 출몰해 극심한 혐오감을 초래하고, 건강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매미나방은 일정한 주기 없이 특정 환경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돌발해충으로 나비목 독나방과에 속한다.

통상 봄부터 5월 말까지 유충상태로 참나무류 잎을 갉아 먹어 산림에 피해를 준다.

6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전국 10개 시·도 6천183㏊에서 매미나방 유충이 발생했다.

도심 점령한 매미나방
도심 점령한 매미나방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 충북 등 중북부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산림 당국은 지난겨울 포근한 날씨 속에 월동한 알의 치사율이 낮아져 폭발적으로 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는 성충으로 7∼10일가량 사는데, 불빛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민가가 있는 도심지역에도 해를 입힌다.

특히 이 무렵 나무나 가로등 가릴 것 없이 무더기로 산란한 알집까지 더해 도시미관을 크게 해친다.

매미나방은 접촉한 사람에게 두드러기나 피부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세웅 목포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매미나방 유충의 털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염증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며 "성충인 경우는 이를 잘못 만진 아이들이 손을 입으로 빤다든지 하게 되면 호흡기 질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피해를 줄이고자 방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매미나방은 현재 기온이 늦게 오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번데기 또는 성충 형태를 띠고 있다.

매미나방 방제작업
매미나방 방제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날아다니는 성충 방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약제 방제 대신 포충기와 페로몬 트랩을 활용한 밀도 저감에 집중하고 있다.

또 내년 집단발생을 막기 위해 알집 제거도 한창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페로몬 트랩을 사용해 보니 포집 효과가 좋아 일부 지역에서 시험 뒤 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남부지역에서는 매미나방과 함께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노래기까지 이상 번식해 민원을 유발하고 있다.

지네처럼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노래기는 몸길이가 2∼4㎝로 농작물이나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건드리면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혐오감을 준다.

관계 당국은 노래기가 대거 발생한 이유를 지난겨울 기후가 온화한 데 이어 올해는 많은 비가 내리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져 노래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북 옥천·보은·영동군 등은 노래기 민원이 잇따르자 긴급 방제에 돌입한 상태다.

(양지웅 윤태현 전창해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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