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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 배척 더는 못 참아'…영미 지식인 150명 공동서한

송고시간2020-07-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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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견해 내면 망신주기 등 보복…민주적 참여 저해"

촘스키·JK롤링 등 참여…일부는 최근 대중의 비판 경험

2018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런던 시사회에 참석한 JK 롤링
2018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런던 시사회에 참석한 JK 롤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논란이 되는 글을 실었다고 편집자들이 해고되고, 거짓 정보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책들이 사라지고, 언론인들에게는 특정 주제에 관해 기사 쓰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미권 지식인 약 150명이 다수와는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공동서한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공개 망신 등 보복을 당하기 일쑤라며 다양한 견해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것을 용인하라고 촉구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문화잡지 '하퍼스 매거진'에는 미국 언어학자 놈 촘스키, CNN방송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 소설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 등 영미권 지식인 150여명이 서명한 공개서한이 게재됐다.

이들 외에도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미국 트럼펫 거장 윈턴 마살리스,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 등 분야를 막론한 저명 인물들이 동참했다.

이들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철폐와 사회정의를 위해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환영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교환이 억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정 표현과 사상이 자신과 다르면 가혹한 보복으로 신속히 대응하자는 주장이 흔해졌다"며 "각 분야 지도자들은 숙고 끝에 개혁을 추진하는 대신 허둥지둥 피해를 수습하느라 성급하고 편향된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편집자들은 논란이 되는 글을 실었다고 해고되고, 거짓 정보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책들이 사라지고, 언론인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이 금지되고, 교수들이 수업 중 문학 작품을 인용했다고 조사받고, 특정 기관 수장들이 간혹 어설픈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만으로 축출된다"고 비판했다.

미국 언어학자 놈 촘스키의 2013년 모습
미국 언어학자 놈 촘스키의 2013년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토론이 제한되면 필연적으로 약자들이 피해를 보고 모두의 민주적 참여가 저해된다며 "나쁜 의견을 물리치는 방법은 노출과 논쟁, 설득이지 묵살이나 배척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의로 다른 의견을 냈다고 직업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는 분위기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서한에 서명한 사람 중 일부는 최근 논란이 되는 발언이나 글로 대중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JK 롤링은 최근 '여성을 여성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가 트렌스젠더 혐오 논란을 빚었다.

이밖에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와 배리 와이스도 서한에 서명했다. NYT에는 지난달 시위 현장에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톰 코튼 상원의원 기고문이 실렸고, 결국 사설 담당 편집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작가이자 트렌스젠더 인권 운동가인 제니퍼 피니 보일란은 서한이 공개된 후 "다른 서명자들이 누군지 몰랐다"며 서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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