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신간]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송고시간2020-07-09 15:0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치즈 책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즉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기뻐하는 심리를 분석한다.

샤덴프로이데는 쇼펜하우어와 같은 철학자나 도덕주의자들에게 비난받았지만, 저자는 악의적으로만 보였던 이 감정이 사실은 훨씬 더 깊고 복잡한 배경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보기에 샤덴프로에데는 가끔 문제를 일으키는 것만 빼고는 대체로 무해한 즐거움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실패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며 열등감을 약간의 우월감으로 바꿔 인생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잘나가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존감을 잃고 혼자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타인의 불행에 기꺼워하면서 우리의 질투가 적의와 앙심으로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샤덴프로이데는 일본어, 프랑스어, 덴마크어, 히브리어, 심지어 2천여 년 전의 고대 그리스어, 로마어에도 그에 대응하는 단어가 있을 만큼 시대나 문화와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 온 감정이다.

2000년대 이후 이 단어가 들어간 논문이 신경과학에서 철학, 경영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수백 건이나 쏟아져나올 만큼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예전에는 은밀히 혼자만 간직하거나 여럿이서 잠깐 웃음을 흘리며 주고받았던 감정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영원히 박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짓궂고 고약하며 비열한 샤덴프로이데는 분명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결점을 인정하고 용감히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산초당. 240쪽, 1만5천원.

[신간]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1

▲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수십 년간 미국에서 심리치료의 현장에 있던 저자는 어느 날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라는 의문에 사로잡혀 30여 년 전 자신을 찾아온 아주 특별하고 위험했던 내담자 5명을 찾아 나선다. 모두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다.

첫 번째로 찾은 나오미는 사내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내 같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또 섹시하다는 이유로 성장의 고비마다 정체성을 부인당하다 어느 날 자신이 스페인 백작 부인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플라멩코 댄서가 되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난다.

북극곰과 사랑에 빠진 찰스는 종종 목숨을 걸고 북극곰의 우리 안으로 들어가 구애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자신이 마음속으로 바라기만 하면 누구에게든 해를 입힐 수 있다고 믿는 메리는 그런 능력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다.

이 밖에도 사도마조히즘의 성적 도착자인 세스와 오직 작품을 위해 살아가는 작가 사샤도 그가 30년 만에 다시 만난 내담자들이다.

앞의 3명은 치료를 받기 전의 몇 년 동안보다 치료를 받고 난 이후의 삶이 대체로 훨씬 더 좋았다는 말을 들려줬다.

그러나 비교할 통제집단이 없어 이들이 실제로 치료의 효과를 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더 나아진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나머지 2명은 저자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기분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으나 문제가 됐던 강렬하고 깊은 감정이 무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이것이 확실히 치료 덕택이라고 믿는다.

이들과의 재회를 통해 '심리치료가 과연 인생을 변화시켰는가'라는 질문의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저자는 그들이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꿋꿋이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감동을 하고 인간의 생존 능력에 경외감을 느낀다.

탐나는책. 384쪽. 1만6천500원.

[신간]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2

▲ 치즈 책 = 폴 S. 킨드스테드 지음, 정향 옮김.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이며 치즈 전문가인 저자가 문명사적 관점에서 치즈의 발전과정을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6500년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에 묻어 있던 동물의 젖 성분은 치즈가 우연히 '발견'된 것임을 말해준다.

아이에게 먹이고 남은 동물의 젖을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부드럽게 응고되는 것을 발견한 신석기인들은 이 새로운 먹을거리가 높은 수분 함량으로 인해 금방 상해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금을 치거나 토기에 담아 땅속에 묻는 보관 기술을 개발했고 나아가 인위적으로 젖을 응고시키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저자는 풍부한 역사적 기록과 문화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창세기 시대에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의 중대 변곡점에 늘 치즈의 발전이 함께했음을 설명한다.

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기술 발전에 따라 특정 치즈를 어디에서나 균일한 품질로 만들 수 있는 표준이 마련되자 그동안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딸에게 또는 여주인이 하인에게 비밀지식을 전수해온 낙농부들은 치즈 장인이라는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들어서고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제 농장 치즈는 맥이 끊기고 질 낮은 싸구려 치즈가 대중화됐다.

그러나 저자는 지속가능 농업, 동물 복지, 유기농 식품의 붐과 궤를 같이하는 소규모 수제 치즈의 바람에 주목한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원가 절감 중심의 식품 체계에 항거하는 문화적 변화의 증후라고 풀이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비용이 들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항아리. 324쪽. 1만8천원.

[신간]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3

cwhyn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