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팩트체크] 은수미 성남시장, 검찰 실수로 '시장직 유지' 확정?

송고시간2020-07-09 18:0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검찰 항소이유서에 결함…2심 법원도 檢결함 지적 못한채 형량 높여

항소이유서 새로 작성 불가능…새 증거로 유무죄 판단 변경시 벌금증액 가능

입장 밝히는 은수미 성남시장
입장 밝히는 은수미 성남시장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시장직을 유지하게 된 은수미 성남시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20.7.9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조직폭력배 출신 회사 대표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항소심 재판부가 있는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2심 판결을 취소한 이유로 "검사가 항소이유서에 항소 이유로 단순히 '양형 부당'이라고만 적고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음에도 항소심이 1심(벌금 90만원)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은 위법"이라는 점을 들었다.

검찰의 항소가 '실격'인데, 항소심이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형사재판의 양 당사자(검찰-피고인) 중 피고인만 항소한 재판에서 피고인에 불리한 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다. 은 시장은 1심에서 당선무효 기준인 1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았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잘못된 항소이유서로 은 시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이 애초 항소이유서를 제대로 작성해 제출했다면 은 시장의 항소심 판결이 취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검 항소이유서, 유죄범위 확대만 요구…기존유죄 부분은 구체적 요구 안해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은 시장이 당선무효형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 검찰이 잘못 작성한 항소이유서 탓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1심판결 뒤 검찰의 항소 과정을 면밀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은 시장은 조직폭력배 출신 회사대표가 운영하는 A사로부터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했고(정치자금법 45조 1항), 수수가 금지된 '회사(법인)자금'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정치자금법 45조 2항)는 두 가지 혐의로 나눌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중에서 정자법 45조 1항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2항 위반 혐의에 대해선 "차량이 A사로부터 제공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인정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문제는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통상 검찰은 범죄사실별로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판결에 항소할 때 무죄 부분을 추가로 유죄로 인정해 형량을 높여달라는 주장과 함께 유죄로 인정된 혐의에 대한 형량도 부당하다는 취지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한다. 1심보다 유죄혐의를 넓혀 달라고 요구하면서 유죄 인정을 받은 부분에 대한 형량도 높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엔 유죄 범위 확대가 불발됐을 때를 대비한 '안전판'의 의미도 있다.

하지만 법원 등에 따르면 은 시장 사건에서 검찰이 내세운 항소이유는 '1심 재판부가 무죄로 인정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1심이 유죄인 혐의를 무죄로 잘못 인정했고, 그 결과 부당한 형량이 선고됐다'는 점만 항소이유에 적시했고,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혐의에 대한 형량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럴 경우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가 난 혐의를 유죄로 바꿔 형량을 높일 수는 있지만, 1심과 동일한 유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형량만 높일 수는 없게 된다.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재된 항소이유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자 있었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대법서 취소돼

그런데 검찰의 불완전한 항소이유서에 더해 항소심 재판부까지 엉뚱한 판결을 내리면서 사안은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동일한 유무죄 판단(45조 1항 위반 유죄·2항 위반 무죄)을 하면서도, '형량이 부당하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즉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을 확대하지 않은 채, 검찰이 항소 이유서에서 구체적으로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1심 유죄 부분의 형량을 9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여 버린 것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항소이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은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선 판단하지 말라'는 대법원 판례에도 위배된다.

대법원은 앞서 2008년과 2017년 유사한 사건에서 "검사가 항소하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의 문제는 대법원에서 걸러졌다. 대법원은 "검사는 양형과 관련해 법인자금 수수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1심의 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만 주장했다"며 "항소이유서에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정치자금법 45조 1항 위반 혐의)에 대한 양형부당 이유는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이 정자법 45조 2항 위반을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형량을 높였다면 논리적으로 45조 1항 위반에 대한 형량을 더 무겁게 부과한 것이 된다. 그렇게 되려면 45조 1항 위반의 양형 부당 사유가 검찰의 항소이유서에 나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대법원 판단인 것이다.

결국 검찰이 '1심이 유죄로 판단한 혐의에 대한 형량이 부당하다'는 취지를 항소이유서에 자세히 기재했다면 이번과 같은 논란은 애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즉 은 시장이 당선무효형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의 잘못된 항소이유서 때문이라는 지적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하는 셈이다. 다만 법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항소심 선고공판 마치고 나오는 은수미 성남시장
항소심 선고공판 마치고 나오는 은수미 성남시장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은수미 성남시장이 2월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은 시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020.2.6 xanadu@yna.co.kr

◇ 항소이유서 새로 작성·제출은 못해…유무죄 판단 바뀌면 형량 높일 수는 있어

그렇다면 새로 시작될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잘못된 항소이유서를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형사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은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로부터 소송기록을 넘겨받아 당사자에게 이를 통지한 시점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검찰이 새로 항소이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은 피고인의 변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돼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혐의에 대한 형량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항소는 원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항소심처럼 유무죄 판단은 그대로 둔 채 벌금액만 높이는 식의 판단은 더는 내릴 수 없게 됐다.

다만 항소심 재판이 완전히 새로 진행되기 때문에 검찰이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혐의를 유죄로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즉 기존 항소심처럼 1심과 동일한 유무죄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무죄 혐의를 유죄로 뒤집는 판결을 내린다면, 늘어난 유죄혐의에 맞춰 형량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당선무효 기준인 100만원보다 더 많은 벌금액을 선고할 수도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새로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할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 당초 검찰의 주장처럼 1심이 무죄로 인정한 혐의를 유죄로 뒤집지 않는 한 형량을 높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hyun@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hyu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