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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후 생각하는 북한…대선 전 3차북미회담 가능성 작아져

송고시간2020-07-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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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자랑거리로 이용될 것…우리는 트럼프 후 미국도 상대해야"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적대 정책 철회' 요구…미국 수용 쉽지 않아

김여정 '행동 대 행동' 원칙 강조 (PG)
김여정 '행동 대 행동' 원칙 강조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정래원 기자 = 북한의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필요성을 부정하고 나서면서 올해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시한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미국이 당장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올해 중 조미(북미)수뇌회담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여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대화 촉구 메시지와 3차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지만,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정상회담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반박했다.

또 정상회담이 "자기들에게 정치적으로 재앙 거리가 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간을 버는 데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에 "지루한 자랑거리"로 이용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굳건하고 훌륭하다"면서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미국 대통령이 바뀔 가능성이 크고, 다음 미국 정권이 북한을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협상에 나서지 않고 길게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국 미국 행정부 관료, 의회, 여론 등 구조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며 "북한의 장기적 대응 의도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촬영 김주형]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이례적으로 미국과 대화 재개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비건 부장관이 권한 있는 협상 대표를 임명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이에 북한이 다시 대화 재개 조건을 제시하며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는 조건으로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를 제시한 것으로 그간 북한이 거듭 비판해온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나 미국과 수교, 평화협정 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담화를 통해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이벤트성 만남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점을 아주 확실히 했다"며 "그러면서도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가이드북처럼 상세히 설명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장이 변하면 북한도 상당한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조건을 충족하면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이 먼저 양보하기 쉽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내 현안 대응에 바빠 북핵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는 데다 북한 문제는 미 대선에서 주요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3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충분한 비핵화 약속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 여론조사 추세대로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화 재개 가능성은 더 희미해진다.

미국 새 행정부가 자리 잡고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데만 반년 이상 걸릴 수 있는 데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북한이 적대 정책 중 하나로 지목한 북한 인권을 문제 삼아왔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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