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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갚으랬더니…수협중앙회 "법인세 전액 감면해달라"

송고시간2020-07-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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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주장…'파산 위기' 때나 가능"

임준택 회장 "공적자금 상환 후 매년 1천억원 어업인 지원"…전임자 1/3 수준 공약

수협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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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수협중앙회(회장 임준택)가 정부로부터 빌린 약 1조1천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명목으로 법인세 전액 감면을 고집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12일 수협중앙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수협은 21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sh수협은행 법인세 감면을 적극적으로 호소하며 조세법 개정을 위한 전방위 작업을 펼치고 있다.

수협은 국회 업무 보고를 앞두고 최근 여당 의원 보좌진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설명회를 마쳤으며 조만간 야당 보좌진에게도 같은 내용을 호소할 예정이다.

수협은 현재 sh수협은행이 납부하는 법인세를 전액 감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연간 170억원 정도다.

수협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 2001년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천581억원을 수혈받았다. 상환 의무는 2016년 수협은행의 자회사 분리를 계기로 수협중앙회로 넘어갔다.

수협중앙회 측은 2028년까지 상환을 목표로 현재까지 3천48억원을 상환해 8천533억원을 더 갚아야 한다.

수협은 2017년 1천100억원, 2018년 1천320억원에 이어 지난해 500억원을 갚았다. 수협이 탕감을 주장하는 법인세의 3∼7배에 이르는 돈을 매년 갚을 여유가 되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에 기대보다 많이 갚고 있어서 당초 목표보다 매년 20∼30%를 초과해 상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수협 측은 빚을 더 빨리 갚으려면 수협중앙회가 자회사인 수협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수익금을 받아야 하고, 수협은행이 더 많은 수익을 내려면 법인세를 전액 감면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량진 상인들, 수협중앙회 규탄 회견
노량진 상인들, 수협중앙회 규탄 회견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6월 1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앞에서 노량진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수협중앙회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0.7.12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수협 측은 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20대 국회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기획재정부에도 같은 내용을 건의했으나 모두 불발되거나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재부 내부에서는 어민 지원을 이유로 공적자금 상환 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빈약한 논리이며, 법인세 전액 감면은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가 전액 감면되면 수협은 총 1천400억원 정도를 아끼게 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수협 관계자는 "법인세 감면을 받으면 예정보다 3∼4년 정도 빨리 상환 할 수 있고 그만큼 어업인들을 (빨리) 지원할 수 있다"면서 "국가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거두나 공적자금 회수로 거두나 국고 수입은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서울보증보험도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누적 결손금 해소를 허가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보증보험은 완전히 망하기 직전까지 가서 대규모 구조조정도 하고 채무조정도 했던 것인데 수협이 그 정도까지 힘든 상황인지는 봐야 한다"면서 "수협이 빚을 예상보다 빠르게 상환할 정도로 괜찮은 상황이라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국가 입장에서 법인세나 공적자금 회수나 효과가 같다는 수협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회수는 법인세 납부와 병행하는 것인데 법인세를 감면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수입이 감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준택 수협 중앙회장은 올해 3월 예금보험공사와 체결한 공적자금 상환합의서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면서 상환이 완료되면 매년 1천억원 이상을 어업인 지원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김임권 전 회장이 3천억원 지원을 공약한 것과 비교돼 '지원 축소' 논란이 일기도 했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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