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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터널 같아" 꽉 막힌 취업길에 눈물짓는 취준생들

송고시간2020-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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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채용 소식 '깜깜'…알바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부모와 갈등·생활고·우울증까지 '삼중고'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오현경 인턴기자 =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답답해요. 밥 먹을 때마다 부모님으로부터 공부나 취업 관련한 잔소리까지 들으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방에서 소리 없이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취업준비생인 A(25·여)씨는 요즘 들어 부쩍 우울감을 느끼는 날이 많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대학을 휴학 한번 없이 곧장 졸업했지만, 아직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필기시험 공부에 매달리고 있으나 대부분이 올해 공채를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하면서 취업길이 사실상 막혔다.

인턴직을 지원한 공기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서류 결과 발표를 미루면서 서류 합격 발표만을 하릴없이 기다리길 수개월.

합격 소식만을 손꼽아 기다린 A씨에게 돌아온 답은 '함께 하기가 어렵다는 결정이 났다'였다.

'스펙'이라도 쌓으면 좋으련만 자격증 시험 역시 대부분 취소되거나 미뤄졌고, 토익 시험은 응시자가 몰려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유명 대학으로의 진학이 곧 취업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은 A씨가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했다.

A씨는 "가장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님마저 저와 눈높이가 달라 '남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라며 우울감을 호소했다.

일자리 증발 (PG)
일자리 증발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강원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는 B(27)씨 역시 바늘구멍보다 작아진 취업의 문 앞에서 지쳐가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자격증 취득 계획은 엉망이 됐고, 경험이라도 쌓자며 지원한 인턴직은 면접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은 곳이 허다했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던 음식점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 "가게 사정이 좋지 않다", "매출이 평소의 20∼30%로 떨어졌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 등 한참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더니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B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국가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태에 놓여 있다.

'취업 준비보다 가게에 나와서 일을 돕는 게 어떠냐'는 부모님과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B씨는 "당장 졸업이 코앞인데 막연한 불안감과 우울감이 있다"며 "끝없는 터널을 걷는 듯 암울하다"고 말했다.

취업은 고사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소상공인들의 사정도 어려워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C(25·여)씨는 아르바이트하던 화장품 편집숍에서 권고사직을 당해 단기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하고자 매일같이 구직사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구직 상담
구직 상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자가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코로나19로 뒤죽박죽이 된 취업계획에 더해 부모님과의 갈등, 생활비 문제, 우울증 증세 등을 겪고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는 D(25)씨는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이제 없어요. 누구 밑에서가 아니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씁쓸해 했다.

한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올 상반기 구직활동을 했던 대졸 신입직 구직자 2천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준비생 중 27%만이 '최종 입사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조사 당시 37.7%보다 10.7% 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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