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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예우 vs 관광자원" 전직 대통령 동상에 '엇갈린 시선'

송고시간2020-07-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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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 앞둔 충북도 법적 근거 고심

도의회 "명분 만든다" 조례 추진…보수단체 "혈세 낭비" 반발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닌가요? 더구나 기념사업을 금하는 법적 근거가 있다면 당연히 철거해야죠."

"아닙니다. 애초에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세운 동상입니다. 이제 와 상관도 없는 법을 운운하며 철거하는 건 혈세를 낭비하는 처사입니다."

청남대에 있는전두환(왼쪽)·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청남대에 있는전두환(왼쪽)·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북도는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소재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5·18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한 두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 일환이다.

도의회는 동상 철거의 적절성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긴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80년 5월 전두환·노태우 신군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을 탱크와 총칼로 살육하고 정권을 탈취한 군사 반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5·18 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5월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전두환·노태우 동상과 대통령길을 폐지해 청남대를 진정한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상 철거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동상 철거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를 계기로 충북도는 시민단체 관계자 회의를 열어 동상 철거를 결정했다.

각각 250㎝ 높이의 동상은 두 사람 이름을 붙인 산책로 '전두환 대통령길'(1.5㎞)과 '노태우 대통령길'(2㎞) 입구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막상 동상을 뜯어내려니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경호·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를 받지 못한다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있기는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법은 제한범위를 민간사업에 두고 있어 충북도 행정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랐다.

설사 확대 적용한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2015년 충북도가 관광 활성화 목적으로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청남대 관리권을 도에 넘겨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는 9명의 대통령 동상을 설치할 당시 두 사람을 포함한 것 자체가 법을 어긴 꼴이 되기 때문이다.

청남대에 설치된 역대 대통령 동상
청남대에 설치된 역대 대통령 동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민하는 충북도에 도의회가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법적인 철거 명분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도의회는 이달 14일 개회하는 제384회 임시회에서 이상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심의한다.

조례안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 중단·철회 결정은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확정된다.

충북도는 조례가 마련되면 이를 토대로 연내 동상 철거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청남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애초 동상을 설치할 때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단체는 도의회에 조례안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며 동상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립된 것이므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기념사업을 운운하는 법률이나 조례와는 무관하다"며 조례안 철회를 요구했다.

동상 철거 반대하는 보수단체
동상 철거 반대하는 보수단체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두 사람의 동상 건립에 2억8천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며 "동상을 세운 장본인인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를 승인한 도의회가 5년 만에 스스로 동상을 뜯어낸다면 세금을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당 2억원이 넘는 동상은 철거하더라도 창고 등에 보관해야 한다. 폐기할 경우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논쟁은 철거 과정은 물론, 이후 보관·처리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의 여름 휴가 장소로 이용되다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돼 관리권이 충북도로 넘어왔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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